증권 기업·종목분석

"대륙의 습격"...깊어지는 네이버의 고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4 06:00

수정 2024.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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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와 김범석 쿠팡 창업자. 뉴스1 제공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왼쪽)와 김범석 쿠팡 창업자.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알리' '테무' 등 중국산 저가 플랫폼의 공세에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상 첫 연간 흑자를 낸 쿠팡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광고와 이커머스를 병행하는 네이버(NAVER)는 심경이 복잡하다.

■中 직구 플랫폼 영향력 차이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65억6000만달러(약 8조7641억원), 영업이익은 1억3000만달러(약 1736억원)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23%, 56% 성장한 수치다.

국내 이커머스 사업이 반영되는 제품상거래 사업부의 매출은 62억8000만달러(약 8조3900억원)로 중국 직구 플랫폼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쿠팡의 매출 성장률이 시장 성장률의 3배를 넘는다”며 “중국 저가 쇼핑앱의 침투에도 배송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사정은 다르다. 네이버 쇼핑의 지난해 4·4분기 중개·판매 매출은 ('포시마크' 인수 효과 제외하면) 2218억원으로 28.3% 늘었다. 다만, 거래액 성장률은 4.9%로,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액 성장률(10.6%)을 밑돌았다.

대신증권 이지은 연구원은 "더딘 거래액 성장에도 매출 고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수수료율 인상 덕분"이라며 "중국 직구 플랫폼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중국 직구 플랫폼의 거래 상품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직구 거래액은 약 3조3000억원으로 1년 새 121% 성장했다. 거래액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카테고리는 의류, 전자기기, 생활·자동차용품이었다.

지난해 6월 오픈서베이가 발표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구매목록은 생활용품과 식료품 등이었고, 네이버 쇼핑은 패션의류, 스포츠·레저용품, 자동차 용품 등으로 중국 직구 플랫폼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막신 장수' vs '우산 장수'
광고와 쇼핑 플랫폼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네이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직구 플랫폼 덕분에 늘어나는 광고 매출은 호재다. 앞서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알리는 네이버 플랫폼에 데이터베이스(DB)를 연계하며 광고를 집행한다. 테무도 광고 집행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메타(페이스북)의 경우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 덕분에 광고 매출이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메타에 약 12억달러의 광고비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지속적인 수수료 인상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 쇼핑 거래액과 중개·판매 매출을 비교해 계산한 평균 수수료율은 1.76%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같은 속도로 수수료율이 오를 경우 매출은 성장할 수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지은 연구원은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 감소 가능성과 함께 그에 따른 트래픽 감소, 광고 감소도 배제할 수 없다"며 "코로나 펜데믹 이후 광고 업황의 회복이 더디고,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이다.
중국 직구 플랫폼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서 네이버의 상반기 실적 개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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