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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돈 풀어 건설 살리되 구조조정 원칙은 지키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28 18:54

수정 2024.03.28 18:54

정부, 건설경기 회복 지원안 발표
부실 건설사 가려내 선별지원해야
지난 1월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침체된 건설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규제도 풀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밝힌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은 건설사 유동성 공급, 악성 미분양 해소와 세제 지원이 골자다. 공공주택 공사비를 물가상승을 반영해 15% 인상하고 4조2000억원 규모의 국책 건설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 이렇게 현재 중단된 3조원 이상 공공사업을 올 상반기 중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유동성도 긴급 공급한다.
비주택 프로젝트에 4조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신설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조원을 투입해 4월부터 건설사 보유 토지를 역경매로 매입한다. 10년 만에 부활한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다. 악성 미분양 주택에 한해 취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차익 추가과세 면제 등도 추진한다.

정부가 내놓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은 늦은 감이 있다. 그럼에도 유동성 지원과 세부담 경감 등 종합 처방이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내수의 바로미터인 건설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고금리, 고물가로 시멘트·레미콘·철강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30% 넘게 올랐다. 인건비도 덩달아 올랐다. 민간·공공 사업 할 것 없이 공사비가 급등하자 사업이 중단됐다.

건설자재 재고는 쌓이고 있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중·대형 공공 프로젝트는 여러 번 유찰까지 됐다. 지방엔 6만여채 미분양이 쌓여갔다. 유동성이 넘쳐날 땐 몰랐으나, 금리가 오르자 대출이자는 불어나고 부동산 PF 부실이 커졌다.

돈줄도 막혀버렸다. 130조원이 넘는 PF대출 잔액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많게는 10%대로 치솟았다. 비수도권 주택사업에 편중된 중형건설사의 연쇄도산 우려에 '4월 위기설'까지 나온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지역경제다. 식당 등 골목상권 실물경기는 얼어붙었고 건설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사라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건설경기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월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53.6% 급감한 점을 들면서 건설투자 둔화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썼던 응급대책을 다시 꺼낸 것은 그만큼 건설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 방안이 건설경기 회복에 마중물이 돼야 한다. 관련 법 개정도 조속히 뒷받침돼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지방 민심 달래기용 돈 풀기가 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부동산PF 부실은 유동성이 넘쳐날 때 즐겼던 '돈 잔치' 후유증 아닌가. 유동성에 의존해 부실 건설사가 연명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견실한 기업의 일시적 자금난인지, 한계기업의 부실방만 경영인지를 면밀히 따지고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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