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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라며 왜 떨어져"...비트코인에 '심판의 날' 오나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4.19 14:38

수정 2024.04.19 14:38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아무리 기술이 좋은 서퍼도 쓰나미는 이길 수 없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호재 중 하나로 꼽혔던 반감기(공급량 감소)가 찾아왔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반감기, 홍콩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개별 호재보다 매크로(거시 환경)가 더 큰 악재로 작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트코인 4차 반감기 '4월20일' 예정

19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코인마켓캡,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 중국계 거래소 바이낸스, 유럽계 마이닝풀 나이스해시는 오는 20일을 비트코인 채굴 반감기의 ‘디데이’(D-day)로 보고 있다. 다만 채굴량 조정 시점을 놓고서는 각사마다 최대 12시간 차이로 전망이 엇갈린다.

반감기는 거래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는 20일께로 예상되고 있다.
가상자산 채굴 분석 웹사이트 멤풀의 데이터에 따르면 반감기는 19일(뉴욕 현지시간) 늦게 발효될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같은 자원을 투입했을 때 생산되는 비트코인 양을 절반으로 줄여 '디지털 금'으로도 불리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공급량은 하루 약 900개에서 450개로 줄어든다. 공급량이 감소로 가격을 올리는 반감기는 이전 3차례에서도 호재로 작용한 만큼, 이번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혔다.

美 인플레·중동 전쟁에 다 휩쓸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한달새 최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글로벌 코인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시30분 기준 6만2000달러대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6만달러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지난 달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7만3797달러)와 비교하면 1만달러 이상 추락한 셈이다. 지난 달 1억원 이상에 거래되던 국내 거래소에서도 현재 9080만원대까지 추락한 상태이다.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도 5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 10종에서 430만달러가 유출됐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에서만 9000만달러가 유출됐다.

국제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 탓으로 풀인된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당초 오는 6월 예상됐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잃었다. 또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 분위기가 계속 고조되는 상황이다.

해외 가상자산 전문 매체 디크립토는 "코인이 조정에 들어가면서 ETF 내 자금도 이탈하는 모양새"라며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반감기 이벤트가 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전문 헤지펀드인 레커 캐피털의 창업자 퀸 톰슨은 "전쟁 확전 우려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코인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준 듯하다"며 "비트코인은 주식보다도 더 금리 등의 유동성 요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미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세는 시장 유동성 증발을 뜻하기 때문에 코인 시장에는 좋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둠스데이(심판의 날)' 오나

이 떄문에 반감기 이후 가상자산 시장 전망도 불확실해졌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채굴량을 반으로 줄인 뒤 가치를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현물 ETF를 거래하는 월가 자산운용사까지 몰려든 시장에서 ‘재료 소진’으로 판단한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감기 ‘디데이’가 ‘둠스데이’(Doomsday·심판의 날)로 바뀔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스위스 가상자산 헤지펀드 티르캐피털의 에두아르 힌디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세계적인 위험이 계속되는 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둠스데이를 불러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디지털 자산 기업 LMAX그룹의 조엘 크루거는 “비트코인을 매수하지 않는 대형 투자자들 탓에 가상자산 시장의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난달까지 두 차례 반등했던 주요 지지선인 5만9000달러선 방어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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