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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들이 상장폐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스팩은 상장 후 36개월 안에 합병을 마쳐야 하는데 상장예비심사에서 오랜 시간을 소요한 후 합병에 실패하면서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제8호스팩은 정리매매를 마치고, 30일 상장폐지된다. 존립기한 6개월 전까지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지난 3월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이후로도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아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신한제8호스팩과 광고업을 영위하는 함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 스팩 소멸합병 결정을 공시했는데 6개월 가까이 승인을 받지 못하고 그해 11월 합병이 철회됐다.
2021년 9월 상장된 만큼 새로운 합병 대상을 물색해 올해 9월까지 합병 절차를 모두 마쳐야 했으나 심사 기간이 빠듯하다는 점을 고려, 합병을 포기한 채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신한제8호스팩과 같은 시기 상장된 NH스팩20호도 이날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지 않으면 상장폐지된다.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아 지난달 말 관리종목에 지정된 바 있다.
NH스팩20호는 크리에이츠와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기업가치 과대 평가라는 지적에 올해 2월 합병을 철회했고, 새로운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상장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합병 데드라인이 임박한 스팩도 있다. 2021년 8~9월에 상장한 유진스팩7호와 한화플러스제2호스팩도 올해 존립기한이 도래해 그 전까지 합병 승인 여부가 판가름나야 한다.
지난해 8월과 12월에 케이엑스인텍, 씨엔티테크가 해당 스팩들과 합병심사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달 26일 거래소 상장심의위원회는 합병 미승인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시장위 의결을 대기 중인데 이 결과까지 나와야 최종 심사 승인 여부가 확정된다”며 “최소 20일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존속기한이 3개월도 남지 않아 시장위에서 최종 미승인 판정을 받을 경우 상장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하이제7호스팩은 올해 6월 14일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을 경우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이 종목은 다른 스팩과 달리, 2021년 12월 상장 이후 합병 결정을 단 한 번도 공시하지 않았다.
합병 공시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올해 2월 주가가 2220원까지 치솟았지만 관리종목 지정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지금은 209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스팩이 늘어난 것에 대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지연 문제를 원인으로 꼽는다. 상장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스팩 존속기한도 줄어들게 돼 심사에서 미승인될 경우 사실상 청산 수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노브메타파마와 SK증권8호스팩은 지난해 7월 합병상장예심을 청구했지만 10개월 째 계류 중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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