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자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 지상전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군(IDF)은 1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라파 중심부에 인접한 3개 지역과 난민 캠프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군은 주민들에게 이스라엘이 '인도 구역'이라고 지칭한 해안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유엔 추산으로는 이스라엘이 라파 동부 지역에 병력을 투입하고, 이집트와 연결되는 국경통로를 장악한 6일 이후 팔레스타인 주민 약 15만명이 이미 라파를 탈출했다.
하마스가 5일 이집트와 미국, 카타르가 중재한 휴전 협상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거부하고 하마스 '격멸'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주 폭탄 3500개를 비롯해 이스라엘에 지원키로 한 무기 일부 선적을 중단했지만 이스라엘은 라파 지상전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이 이스라엘 무기 지원 중단을 비난하는 등 미국 내 여론이 분열된 터라 이스라엘은 미국의 눈치를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들어서도 라파에서 전면전을 벌이면 특정 공격용 무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경고했지만 이스라엘군은 11일 소개 명령을 내렸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앞서 의회에 제출한, 10일 기밀 해제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국제 인권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미국산 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무부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선언은 피했다.
라파에서 전면 지상전을 벌여도 바이든 행정부가 결국엔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할 것이란 예상이 이스라엘을 과감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도 실상 진퇴양난이다.
연정 내 극우파는 계속해서 전쟁을 하라고 그를 압박하고 있다.
전쟁을 멈추면 실각할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다고 해도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홀로 서기'에 나서겠다면서 "그래야만 한다면 손톱만 갖고도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실 전략소통관은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전을 강행하면 하마스의 뿌리를 뽑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더 단단히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비 소통관은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기반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가 신와르라면 땅굴에 편하게 앉아... 선량한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에 희생당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하마스는 무장 투쟁의 명분도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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