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전공정이냐 후공정이냐… 반도체 장비 실적 가른 결정타

강경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0 18:14

수정 2024.05.20 19:33

한미반도체 1분기 영업익 14배↑ HBM 후공정 TC본더 시장 제패
신성이엔지, 수익성 개선 뚜렷
클린룸 핵심장비 최강자 면모

'증착장비 주력' 주성엔지니어링
저조한 성적표… "하반기 반등"
한미반도체 TC본더 '드래곤'과 곽동신 부회장. 한미반도체 제공
한미반도체 TC본더 '드래곤'과 곽동신 부회장. 한미반도체 제공
반도체 장비기업 상당수가 올해 들어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불황이 이어졌던 반도체 시장이 최근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반도체 투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후공정 부문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전공정 장비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올해 1·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265억원보다 192% 늘어난 77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무려 1284% 증가했다.
이익률은 38%에 달했다.

한미반도체 호실적은 HBM 생산에 필수로 적용되는 장비 'TC본더'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결과로 풀이된다. TC본더는 수직으로 쌓은 D램 메모리반도체를 열압착을 통해 반도체 웨이퍼(원판) 위에 붙이는 기능을 한다. 이 장비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로 적용되는 HBM 공정에 쓰인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TC본더는 '그리핀', '드래곤'이 업계 요구와 사양에 맞춰 판매가 활발히 이뤄진다"며 "여기에 엑스트라 모델인 '타이거'를 더하면서 올해 매출액이 당초 예상했던 4500억원보다 늘어난 5500억원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이엔지 역시 전년 동기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신성이엔지가 올해 1·4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액이 전년 동기 1213억원보다 11% 늘어난 1341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억원에서 51억원으로 20% 증가하며 수익성을 개선했다.

신성이엔지는 올해 1·4분기 동안 반도체 클린룸 장비뿐 아니라 2차전지 드라이룸 장비 등을 활발히 출하했다. 신성이엔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간인 클린룸에 들어가는 장비에 강세를 보인다. 특히 산업용 공기청정기인 '팬필터유닛(FFU)' 분야에서는 전 세계 시장 60% 정도 점유하며 1위 자리를 이어간다. 신성이엔지는 멀티제습기 등 2차전지 제조 공간인 드라이룸 장비도 생산한다.

신성이엔지 관계자는 "지난해 3·4분기 적자를 낸 뒤 점진적으로 이익이 개선되는 상황"이라며 "아직 대외 환경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수익을 기반으로 성장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공정 장비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올 2·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687억원과 비교해 18% 줄어든 56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억원에서 70억원으로 39% 감소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웨이퍼 위에 필요한 물질을 입히는 증착장비에 주력한다. 특히 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로 쓰이는 '원자층증착장비(ALD)'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1·4분기 실적은 차세대 반도체 장비가 아직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 시장 상황 때문"이라며 "반도체 ALD 장비 경쟁력 강화와 함께 거래처 다변화를 이뤄 지속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대부분 실적 개선을 일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이 지난해 1009억달러보다 4.4% 늘어난 1053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년에는 관련 시장이 사상 최대인 124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는 "반도체 호황으로 가는 과정에 장비기업 상당수가 올해 1·4분기부터 기대 이상 성적을 냈지만, 전공정 장비 등 일부 업체들은 실적 회복이 올 하반기로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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