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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 '털'이 여러가닥 자란다"..30년 흡연자의 희귀 질환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27 13:35

수정 2024.06.27 15:39

목 내부에서 털이 계속 나는 환자. 사진=미 사례보고서 저널
목 내부에서 털이 계속 나는 환자. 사진=미 사례보고서 저널

[파이낸셜뉴스]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우던 남성이 목 안쪽에 털이 자라는 극히 보기 드문 합병증을 겪었다.

25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30년간 담배를 피운 오스트리아 남성 A(52)씨는 만성 기침과 쉰 목소리,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17년 전인 2007년 처음 병원을 찾았다.

A씨는 "기침하다가 목에서 5cm 길이의 머리카락이 튀어나오기도 했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이에 의료진은 내시경으로 A씨의 목 내부를 검사했다. 그 결과 A씨의 목 안쪽에 털이 여러 가닥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의료진은 A씨가 10살 때 익사할 뻔했고, 응급처치로 후두가 손상된 후 기관절개술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상처 부위에 귀의 피부와 연골을 자가 이식했는데, 털이 자란 것은 이 부위였다.

의사들은 털을 뽑아 제거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했다. 털은 계속 자라났고, A씨는 14년동안 털을 제거하기 위해 매년 병원을 찾아야 했다.

A씨의 목구멍 안쪽에 난 털의 길은 약 5㎝였으며, 6~9가닥쯤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털은 성대를 통과해 입 안까지 자라기도 했다. 이 털이 박테리아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항생제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목 안쪽에 털이 나는 증상은 A씨가 담배를 끊고, 2022년 목 내부 유모세포(내이에서 달팽이관의 코르티기관에 위치한 세포)를 태우는 시술을 받은 후 멈췄다고 한다.

흡연으로 인한 기관 내 모발 성장은 극히 드문 현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의사들이 관찰한 두 번째 사례다. 의료진은 A씨의 지속적인 흡연으로 증상이 촉발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흡연이 목 내부에 있는 조직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켰으며, 이로 인해 줄기세포가 털이 자라는 구조로 변질했다는 설명이다.

의료진은 “호흡기에 피부나 연골 이식을 받은 환자의 경우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 사례는 지난 18일 ‘미국 사례 보고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자세히 소개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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