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당은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할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돼야 한다는데 사실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그 누구도 대선 후보 교체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후보가 교체된다면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돼야 하며 후보 교체 절차 역시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누군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리스를 밀고 있다기보다 바이든의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서서히 무게 중심이 해리스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로 무게 중심 이동
CNN은 20일(현지시간) 민주당 내 상당수가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하는 시나리오를 의도적으로 언급하려고는 않지만 만약 이런 일이 닥친다면 해리스를 신속하게 대선 후보로 교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 분위기라고 전했다.
해리스가 민주당의 열망을 끌어올리고, 일시중단된 대선 득표 캠페인을 신속하게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현실적인 카드라는 지적들이다.
특히 해리스가 바이든에 비해 더 활동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수 있다는 공상이 그 뿌리에 있다고 CNN은 전했다.
대선이 이제 100일 남짓, 일리노이주 시카고 민주당전당대회(DNC)는 불과 보름 정도 남은 가운데 민주당에 남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 해리스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정견 발표 등을 거쳐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대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바이든, 해리스 지지가 관건
해리스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을지는 바이든에게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면 민주당이 해리스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바이든이 해리스가 아닌 다른 인물을 지지할 경우는 엄청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바이든이 그럴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이든은 한차례 그런 일을 당한 적이 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부통령이던 바이든을 놔두고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대권을 넘긴 것이다.
당시의 배신감, 혼란을 경험한 바이든이, 4년 전에 자신이 러닝메이트로 점찍은 해리스에게 같은 유산을 넘겨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해리스를 자신이 직접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뽑았다면서 해리스가 대통령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재확인하기도 했다.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흑인 유권자들과 흑인 지도부가 해리스 편이라는 것도, 또 이들이 바이든 후보 사퇴 압력 속에서 굳건하게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바이든이 대안을 선택한다면 해리스를 택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취약한 후보
해리스는 그러나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도 당장 상황을 역전시킬 비장의 카드는 아니라는 문제점이 있다.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해리스가 바이든 표를 갉아먹는다며 부통령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빈센테 곤잘레스(민주·텍사스) 하원 의원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놀랍다면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돌연 해리스가 최고의 대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공화당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등장하면 공화당은 바이든 후보 사퇴를 야기한 건강 문제, 바이든의 고령에 따른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해리스가 언제 알았는지를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해리스에 대한 공격도 되풀이할 전망이다.
공화당은 해리스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교체될 경우 그 적법성을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교체하기 위해 사전에 전당대회를 조작한다면 과연 대선 후보로 법적 자격이 있는지에 관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2020년 대선 당시 일부러 해리스의 이름인 카멀라를 틀리게 발음하고, 양친이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해리스가 선출직 공무원 자격이 있는지를 공격한 바 있다.
민주당 엘리트 내부에서도 이런 공화당 주장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데즈(민주·뉴욕) 하원 의원은 18일 밤 소셜미디어에 "민주당 후원가들, 엘리트들, 민주당 지도부 내 많은 이들이 조 바이든에게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동시에 부통령이 후보가 되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화당은 또 다른 노림수도 있다.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후보가 교체되면서 찾아올 민주당의 혼란이다. 해리스 주변을 시끄럽게 만들어 대선 판도를 공화당이 계속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