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 암살, 중동전쟁 확전 위기 폭발력 극대화 상태
-미국 패권지위 낮아져 대이스라엘·이란...중동 지정학 넘어 레버리지 약화
-구조적 요인과 촉발요인 결합되면 전쟁의 필요조건이 충분조건으로 변화
-1차 대전은 독일 부상 구조적 변화에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로 촉발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규칙기반 질서...당연치 않은 최전선 수호 목표로 변모
-2024년 현재 전 세계는 구조적 압력 점증...촉발요인도 빠른 부상 직면 상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전쟁 비화, 대만해협은 미중 충돌 촉발 요인
-김정은 전쟁준비 지시·오물풍선·전술탄도탄 전방 배치, 한반도 촉발요인 점증
-전 세계, 동시다발적 군사 충돌 촉발요인 발생...전쟁의 화약고 더 다가선 상태
-블랙홀처럼 전쟁 상황에 빨려 들지 않으려면 촉발요인 적극적 관리 매우 중요
-촉발요인을 틀어막는 저자세·굴복 외교...위험회피 고수도 단기적 모면에 불과
-진정한 위기관리...억제력 높이며 국방력과 외교력 융합 통한 시너지 발휘해야
-국지도발 억제, 동맹·협력국·유사입장국과 정보공유·협력 강도 높이는 전략 필요
[파이낸셜뉴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위기에 직면해있다. 하니예 암살사건으로 촉발요인의 폭발력이 극대화된 상태인 것이다. 따라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군사훈련 등 하나하나의 행동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둔화는 미국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구도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패권지위가 낮아지면서 외교력과 촉발요인 관리 능력도 약화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레버리지가 약화되어 이스라엘은 미국의 정전협정 요구에 미온적이고, 이란에 대한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은 상태이기에 촉발요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은 비단 중동 지정학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구조적 요인과 촉발요인이 결합되면 전쟁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쟁의 필요조건이 충분조건으로 변화되는 지점인 것이다. 구조적 요인은 세력 재배분 등 국제적 힘의 질서 재편이고, 촉발요인은 위기관리와 같은 각 국가의 행태다. 1차 세계대전은 바로 이 구조적 요인과 촉발적 요인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발발했다. 1900년대 초반 이미 유럽은 독일의 부상으로 세력균형이 무너지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있었다. 그런데 세력균형 변화만으로는 바로 대규모 전쟁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슬아슬하나 평화가 유지되었다. 그런데 이 구조적 압력이 점증하는 가운데 촉발요인이 전면에 부상하자 결국에는 세계대전에 직면하고 말았다. 세력균형 변화 속에서도 대규모 전쟁으로까지는 비화되지 않았던 상황이 하필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으로 직행한 것은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암살된 사라예보 사건이라는 촉발요인 때문이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에는 냉전뿐 아니라 탈냉전하고도 구분되는 독특한 방식의 과도기 국제질서에 직면한 상태다. 과도기 기제 속에서 예측가능성은 낮아지고 제도의 힘은 약화되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기반 질서는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최전선의 수호 목표로 변모했다. 유사입장국 간 강력한 연대와 공조 없이는 지켜낼 수 없는 고난이도 퍼즐로 바뀐 것이다. 구조적 압력이 점증하는 가운데 촉발요인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즉 전 세계가 전쟁의 도화선이 될 촉발요인에 휩싸여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전쟁의 향배가 유럽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2·3차 촉발요인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대치하는 가운데 촉발요인이 성숙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한반도도 촉발요인이 점증하면서 안보가 엄중해진 상황이다. 김정은이 군부에 전쟁준비를 지시한 가운데 오물풍선, 전술탄도미사일 전방 배치 등 군사적 충돌의 촉발요인이 점증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전쟁 혹은 군사적 충돌의 촉발요인이 없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전 세계가 전쟁의 화약고에 가까이 다가선 상태라는 의미다.
주지하다시피 촉발요인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촉발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더라도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물론 촉발요인 관리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촉발요인 관리를 위해서 지나치게 위험회피를 고수하는 것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촉발요인을 틀어막고자 저자세 외교나 굴복외교를 펼친다면 이는 위기관리가 아닌 단기적 모면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더 심대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1938년 영국의 체임벌린 총리는 촉발요인 관리를 위해 독일의 히틀러를 상대로 지나친 굴복외교를 펼친 결과 2차 대전이라는 비극을 잉태한 것은 뼈저린 역사적 교훈이다.
촉발요인 관리가 중요하지만 억제력이 담보되지 않는 촉발요인 관리는 헛된 희망에 불과하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억제력이 높아져야 그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그렇다고 억제력만을 안보처방의 전부라고 인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억제력은 전쟁을 하지 않으려고 구축하는 것이다. 외교도 전쟁이 아닌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억제와 외교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 국방력과 외교력은 ‘분절’아닌 ‘융합’을 통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나아가 구조적 요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촉발요인 기제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면면히 주지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 억제력을 넘어 국지도발 억제력도 중요하다. 나아가 동맹,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 등 다양한 외부 제대와 정보공유 및 협력의 강도를 높이는 전략도 요구될 것이다.
패권적 지위 약화로 미국 홀로 전 세계 촉발요인을 관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국제적 연대와 위기관리를 통한 촉발요인 관리는 더 중요해졌다. 촉발요인 관리 대상은 비단 중동뿐 아니라 인도-태평양과 한반도도 해당된다. ‘연대’ 차원에서는 유사입장국 간 국방과 외교를 모두 융합시킨 통합억제와 통합외교 방식의 확장개념이 요구될 것이다.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가시성 제고를 위해서 비유사입장국과의 포용외교도 필요한 지점일 것이다. 다만 연대와 위기관리는 ‘균형’의 개념이 아니라 연대를 가속화 함으로써 위기관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우선순위’의 개념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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