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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챈들러' 사망 뒤에는 부패한 의사와 '케타민 여왕' 있었다

뉴스1

입력 2024.08.16 13:24

수정 2024.08.16 13:24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1990년대에 인기를 끈 미국 시트콤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으로 활약한 배우 매슈 페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로스앤젤레스(LA) 연방 검찰이 15일(현지시간) 의사·개인 비서·마약상 등 5명을 기소했다.

페리는 지난해 10월, LA에 위치한 고급 자택 수영장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당시 나이는 54세였다. 부검으로 밝혀진 사인은 '케타민 급성 부작용'이었다.

LA 연방 검찰은 의사 2명과 페리의 상주 비서, 마약상과 브로커 등 총 5명이 페리의 케타민 복용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기소했다.

마틴 에스트라다 연방 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피고인들은 페리의 중독 문제를 이용해 부를 축적했다"며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페리에게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페리의 안녕을 돌보는 것보다 이익을 취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검찰은 페리가 2023년 가을, 두 명의 의사로부터 케타민을 공급받기 시작하면서 다시 약물 중독에 빠졌다고 밝혔다.
페리는 2018년 약물로 인한 대장 파열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의사들은 두 달 동안 페리에게 5만5000달러(약 7500만 원) 상당의 약을 판매했는데, 한 병당 실제 가격은 12달러(약 1만6300원)에 불과했다. 의사들의 문자 내역에서는 "이 멍청이가 얼마나 낼지 궁금하네…알아볼게"라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이들은 페리가 통제 불능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약물 유통을 계속 진행했다. 직접 페리에게 케타민을 투약한 후 그의 혈압이 급상승한 것을 목격하고도 개인 비서가 대리 투약할 수 있도록 케타민을 추가로 남겨두기까지 했다.

동시에 페리는 브로커를 통해 '케타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마약상으로부터도 마약을 구했다. 해당 마약상은 메스암페타민·코카인·자낙스(알프라졸람) 등을 구비한 "마약 판매 백화점" 같은 존재였다.

페리의 개인 비서와 응급치료 센터 소속 의사, 브로커 역할을 한 페리의 지인 등 3명은 이미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의사 중 한 명은 무죄를 주장했다.

케타민은 환각 작용이 있는 강력한 주사형 마취제로, 우울·불안 증세 및 만성 통증 치료 등에 사용된다.
마약단속국(DEA)에 따르면 케타민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약물은 아니지만 과다 복용하면 의식을 잃고 호흡이 위험할 정도로 느려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타민이 치료 목적으로, 허가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앤 밀그램 DEA 국장은 페리가 파괴적 약물에 다시 손을 뻗은 것은 "그를 돈구멍으로 보고 신뢰받는 지위를 남용한 부도덕한 의사들로부터 시작돼 안내 표시 없는 약병에 케타민을 넣어 판매한 길거리 상인들로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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