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형 호재나 호실적 발표에도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가 실제로 발표가 나온 다음에는 힘을 못쓰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이용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한양행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1% 오른 9만6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한양행은 대형 호재 발표한 뒤도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렉라자)'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21일 장 초반 17%까지 치솟았다가 종가로는 0.32% 상승에 그쳤다.
레이저티닙을 개발, 유한양행에 기술을 이전한 오스코텍의 주가 등락 폭은 더 크다. 21일 장중 11%까지 오른 뒤 종가 기준으로는 10.98% 떨어졌고, 이날도 3.25% 내렸다. 거래량이 적은 유한양행우선주가 이틀 연속 22.3%, 11.7%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진짜' 수혜주로 떠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한국증시 특유의 '셀온(Sell-on)' 현상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호재나 호실적이 발표됐을 때 주가가 오르지 않고 오히려 매도 물량이 대거 나와 주가가 급락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급락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넷마블은 이달 9일 2·4분기 영업이익(1112억원)이 시장 예상치(717억원)를 크게 웃돌았다고 공시했지만 이날 주가는 10.81% 급락했다. 화장품주도 마찬가지다. 코스메카코리아와 실리콘투는 시장 예상치를 각각 14%, 28% 웃도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실적발표 직후(8월 13일) 주가는 오히려 0.14%, 4.71% 하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실적이 잘 나와도 셀온이 나오는 국장(국내 주식시장)은 떠나는게 답’이라는 푸념마저 나온다. 실적을 그대로 주가에 반영하는 미국의 경우 ‘실적 충격’이 나오는 당일 주가가 10~20% 빠지기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장대 양봉을 세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호재 발표 전까지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을 경우 셀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올해 저점이었던 2월 1일(5만7500원) 대비 주가가 64% 상승한 상태였고, 오스코텍도 같은 기간 11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코스메카코리아, 실리콘투도 연초 대비 실적발표 직전 3개월 간의 수익률이 66.9%, 67.1%에 달했다.
셀온으로 나온 물량 대부분은 저점 매수를 노린 개미들이 가져갔다. 호재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한 그날 개인 투자자들은 한양행(2645억원), 오스코텍(387억원), 넷마블(241억원), 실리콘투(234억원), 코스메카코리아(14억원) 등을 쓸어담았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 중 기대치보다 더한 ‘서프라이즈’가 나오지 않는 경우 셀온 물량이 쏟아지는 양상”이라며 “최근 국내 증시 유동성도 좋지 않기 때문에 셀온이 나타난 종목들을 무작정 저점 매수하기보다는 당분간 지켜보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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