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추가 피해 우려...신속 차단이 우선
경찰, 대화방 없애면 피의자 추적 어려워져
경찰, 대화방 없애면 피의자 추적 어려워져
[파이낸셜뉴스]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대화방 대응을 놓고 감독 당국과 수사 기관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 당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대화방의 신속한 차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수사 기관은 증거를 확보하기까지 삭제를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면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화방 차단하면 수사정보 수집 차질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방심위가 지난 1일 긴급 삭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25건을 삭제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텔레그램은 지난 3일 방심위에 공식 이메일 서한을 통해 "한국 당국이 자사 플랫폼에서 불법 콘텐츠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보도를 알게 됐다"며 자사와 소통할 전용 이메일을 알렸다.
방심위는 불법 영상물 유포를 막기 위해 관련 대화방 등에 대해 접속 차단 조치를 하고 있다.
24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가 되는 영상물 등을 대상으로 텔레그램에 삭제 요청을 한 이후 심의를 거쳐 망사업자에게 국내 접속 차단을 요청한다. 모니터링 인원을 두 배 늘려 총 24명이 텔레그램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영상물 삭제나 접속 차단은 성범죄 피해를 막는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온라인 성범죄는 한 번 발생하면 기록을 완전히 삭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전 차단이 우선이라는 이유다. 수사기관이 제작·유포자를 찾는 동안 피해가 확산된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범죄에 이용된 대화방을 차단하거나 삭제해버리면 범죄자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대화 가운데 남아 있는 직·간접 단서가 피의자를 찾는 데 활용될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활동가들이 대화방을 캡처해 오는 것도 도움이 된다"면서도 "정밀한 수사를 위해서는 방이 살아있어야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사기간이 범죄가 일어나는 방을 인식해 모니터링해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증거자료 확보한 뒤 삭제해야"
다만 방심위 차원에서 신속한 차단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신자와 발신자 외에는 대화 내용을 알 수 없는 '암호화 보안기술'이 적용돼 있어 제3자 확인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방심위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강조하지만 불법 요소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의 암호통신을 제3자가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방심위는 문제가 되는 대화를 확인할 수 없어 모니터링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차단하도록 유관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텔레그램 자체적으로 불법 영상물에 대해 자정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도 분석했다.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 등 운영자에 대해 성범죄 방조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벌이는 경찰은 관련 사실 확인 등을 위해 텔레그램에 이메일로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차단에만 몰두한다고 해도 새로운 방을 계속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대화 참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위장 수사를 확대해서 불법 사실을 입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텔레그램이 불법 행위의 도구가 되선 안 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투명하고 건전한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이 되도록 텔레그램이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하는 동시에 수사기관도 강력한 형사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