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2500 장중 붕괴..개인투자자, 9월 4兆 순매수
[파이낸셜뉴스] "세계 주요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동안 박스피에 갇혔다가 대외 악재에 무너지는 모습인데 외국인에 의존하는 수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은 올들어 하락률 세계 1위인데 하루 빨리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개인 주식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의 9일 장중 코스피 2500 붕괴 직후 발언이다. 한국 증시를 지키고 지탱하는데 개인투자자(동학개미)의 역할이 큰 만큼 정치권에서 고려를 해달라는 의미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이 넘는 금융투자소득(국내 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에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K증시 방어한 동학개미..언제든지 변심 가능성
1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9월 2일부터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4조49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지탱했다. 같은 기간 금융투자는 1조8470억원, 기관은 1조772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주에만 4.9%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9일 개장 직후 2500선이 무너지며 2491.30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반등을 시작해 이후 2500 위에서 줄곧 거래되며 보합권을 유지했다.
2차 블랙먼데이를 막은 것은 개인투자자였다. 개인은 5579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수 하락을 막았다. 개인은 연일 시장이 흔들리던 이달 들어 4조원 넘게 ‘사자’에 나서 증시를 지탱하고 있다.
9월 들어 2조4319억원어치를 투매한 외국인들은 이날도 531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이날 9월 합계 1조7720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한 기관투자가는 이날도 492억원어치를 팔았다.
9일 장 초반 693.86까지 떨어지며 700선이 붕괴됐던 코스닥은 오후부터 반등하며 상승 마감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7.87포인트(1.11%) 오른 714.46에 장을 마쳤다.
이렇게 최근 K증시를 지탱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는 언제든지 변심이 가능하다. 금투세 논란이 거세질 경우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주식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기 전에 국장을 떠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거기에 더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 문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자칫 국내 주식시장에 공황이 도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와 금융당국 및 금투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파국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1월 2일부터 6월 25일까지 개인투자자는 한국 증시에서 7조4350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2022년 1월 3일부터 2022년 12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는 25조3690억원을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의 큰 손였다. 기관이 13조6030억원, 외국인이 11조150억원을 순매도하는 상황 속에서 버팀목였다.
■동학개미, 민주당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에 '반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 예정인 금투세 보완 패키지 법안은 ISA 계좌로 해외주식을 사면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까지 ISA 계좌에는 해외주식형펀드는 담아도 해외주식을 담을 수 없었는데 이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현재 해외주식 투자는 연 250만원 이상의 수익이 날 경우 양도소득세 22%를 부과하는데 이를 아낄 수 있게 된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 법안은 자가당착 법안이자 국익에 반하는 위험한 내용이 담겨있다. 국내 주식은 부자 감세 방지를 위해 5000만원 이상 소득자에게 금투세를 강행하자면서, ISA 계좌로 해외주식을 사면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도 비과세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외국 주식은 부자 감세와 무관하다는 사대주의에 물든 악법이다. 이 법안은 금투세를 강행하기 위한 위험한 꼼수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임의원 법안이 통과된다면 누가 국장에 남아있을지 의구심이든다. 외국 주식 이민이 급증하는 것은 불문가지여서 서서히 우리 주식시장 문을 닫게 만드는 법안이 될 것"이라며 "주식 유통시장 침체는 발행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렵게 되고 그 결과 생산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세수도 감소해 총체적 난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우리 주식시장은 형식적으로는 신흥국에 속하고 실제로는 후진국형 주식시장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혔듯 중국,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공보다 못한 환경이므로 금투세 시행은 선진국형 환경으로 바뀐 다음에 논의 후 시행해야 한다"며 "지긋지긋한 박스피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금투세 폐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말했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다”며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여한 1400만명 국민들의 투자 손실 우려 등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주식을 팔아 5000만원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만 금투세를 내는 것으로 대다수 소액투자자는 세금 부담 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다”며 “금투세가 국민 다수의 이익을 해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억지 선동이고 거짓 선동”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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