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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22대 국회 첫 국감 개막, 정치 싸움터 전락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06 19:32

수정 2024.10.06 19:32

정책 무관 김 여사 의혹 놓고 날세워
정쟁 멈추고 정부 감사 책무 다해야
2024년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행안위 직원들이 국정감사 요구자료를 의원들 자리에 놓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2024년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행안위 직원들이 국정감사 요구자료를 의원들 자리에 놓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22대 국회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된다. 내달 1일까지 26일간 17개 상임위원회가 중앙·지방정부, 공기관 등 802곳을 감사한다.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부 3년차, 여소야대의 22대 국회 첫 국감이다. 여야가 국감을 정권 심판, 정쟁의 싸움터로 삼을 작정이어서 걱정부터 앞선다.

6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 김건희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를 끝까지 묻고 따지겠다"며 '김건희 끝장 국감'으로 날을 세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감에 증인·참고인 100명을 부를 작정인데, 55명이 김 여사 의혹 관련 인물일 정도다.
이들이 출석에 불응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응하지 않을 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당내에 명품백 수수, 공천개입, 주가조작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 본부까지 만든 판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겨냥하는 역공에 나설 태세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의 부당한 정쟁적인 정치공세에 강하게 맞서 대응하겠다"며 민주당이 공세적으로 나온다면 국민의힘도 이에 맞설 이슈와 인물을 소환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다음 달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줄줄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징역 2년, 위증교사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에 연루된 핵심 인물은 물론 문 전 대통령의 딸 등을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구상이다.

이쯤 되면 이번 국감은 '김건희 대 이재명'의 심판장과 같은 극한대립과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민생국감'이라는 말은 진작에 물 건너간 꼴이다. 삿대질과 막말 고성, 몸싸움과 파행, 기업인 망신주기와 같은 '저질정치의 끝판'을 볼 것 같아 벌써부터 씁쓸하다.

김 여사 의혹에 윤석열 정권은 지지율이 추락하고 국정동력마저 잃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적 의혹을 털어내야 함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국감장이 주야장천 정쟁과 파행으로 끝나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는다. 이런 정권 이슈 말고도 우리 사회와 경제 현안은 산적하다. 의료·국민연금과 같이 과거의 방식을 바꾸지 않은 채 개혁을 미룬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지 않은가. 실물경제는 긴 내수부진과 고물가에 갇혔고, 소상공인·청년 등 사회적 약자들부터 쓰러지고 있다.

국감은 국정 전반을 국회가 감사·조사하도록 헌법에 명시된 신성한 책무다. 중앙·지방정부 부처와 공기관이 쓰는 수백조원의 예산이 합당한 정책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혈세가 새고 있는 엉터리 정책을 찾아내고, 해당 공직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해당 행정기관은 국감에서 밝혀진 문제를 개선하고 해법을 찾아 국민에게 보고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역할을 국민이 투표로 선출한 300명의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다.

한 달여간의 국감을 위해 행정부와 기관들은 상당한 유무형의 행정력이 투입된다.
제대로 된 감사는 없고 당파와 정쟁에 매몰돼 소모적인 싸움만 한다면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감장이 복수전과 같은 감정싸움, 당리당략의 이권싸움장이 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사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냉철한 감사와 비판으로 국가 발전을 이끌어내는 국감다운 국감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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