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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조 투자금 이끈 尹정부, 치밀한 빌드업으로 성과냈다 [세계국채지수 편입]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2 11:33

수정 2024.10.12 12:51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 WGBI 편입 '쾌거'
석달 전 바꾼 보수적 외환시장 구조 개선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 향상 제도화
건전재정 기조 유지로 신용등급 안정화
선진지수 편입 빌드업으로 尹정부 목표 달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외환 거래 시간이 오전 9시에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연장되는 조치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오전 9시에서 당일 오후 3시로 제한됐던 기존 외환 거래 시간을 영국 런던 장 마감 시간에 맞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늘려 외국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지난 6월 28일께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이같은 조치를 공개 석상에서 언급할 때만 해도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인 듯 했지만, 이러한 조치들 하나하나가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한 빌드업의 일환이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WGBI 편입 성공으로 내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약 560억 달러, 한화로 약 75조원 규모의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된다.

달러 같은 기축통화나, 엔화·유로화 같은 국제유통통화가 아님에도 '원화'로 WGBI 편입에 성공해 우리 자본시장이 선진국 시장으로 평가받으면서, 향후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 완화와 외환시장 안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尹 제시한 '글로벌 스탠다드' 자본시장, 치밀히 구축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자본시장 구축을 밝히면서 취임 이후 제도개선을 추진해왔고, 야당의 압박에도 재정건정성을 유지하면서 신용등급도 유지하는 등 WGBI 편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치밀하게 펼쳤다.


대통령실은 WGBI 편입 발표 석달 전인 지난 6월말, 이에 대한 일환으로 보수적인 외환시장 개방과 금융 혁신 등에 대한 계획을 밝혀 WGBI 편입 준비 작업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당시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글로벌 지경학적 분열과 산업 대전환을 넘어:아시아의 새로운 금융허브, 서울의 비전'을 주제로 개최한 서울 국제금융 컨퍼런스에서 축사를 통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고 우리 금융시장의 제도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특히 성 실장은 "가장 보수적인 외환시장도 이제 개방과 혁신의 대상"이라면서 "올해부터 외국 금융기관도 우리 외환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외환 거래 시간도 7월 1일부터 글로벌 금융허브 런던 장 마감 시간까지 연장돼 외환 거래 시간이 기존 '09시로부터 15시'에서 '09시부터 1일 02시'로 변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시장과 교류하는 기업들은 물론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과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우리 국민들의 외환거래 편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올해 들어 외국 투자자들이 별도로 국내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국채를 살 수 있는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하는 등 외국 투자자들이 편리하게 우리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여러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과 함께 윤 대통령이 '돈을 풀라'는 거대야당의 압박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 대내적으로 물가안정, 대외적으로 국가신인도를 유지한 것이 WGBI 편입 성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서울국제금융컨퍼런스'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최소 75조원 외국인 투자금 들어온다

이러한 노력 끝에 세계적인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채권 국가분류 반기 리뷰에서 한국을 WGBI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WGBI는 블룸버그-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국채지수(GBI-EM)와 함께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추종하는 채권지수로 꼽힌다.

WGBI 국채지수에 편입된 국가 중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중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스페인에 이어 9번째로 규모로 2조5000억 달러의 2.2%가 인덱스 형태 국채투자로 이뤄져 자연스럽게 최소 560억 달러가 유입될 것이란게 금융권과 정부 측 설명이다.

인덱스 펀드 기준인 만큼 개별 투자자금까지 들어올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 안정적인 투자자금이 보다 많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단순히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다는 것을 넘어, 국제금융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인정받으면서 우리 기업과 외환시장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성태윤 실장은 지난 10일 WGBI 편입 확정 이후 KBS 인터뷰에서 "국채펀드를 추종하는 자금은 장기투자성향의 실수요 자금"이라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일반 투자자금에 비해 안정적인 투자자금이라 (이번 WGBI 편입으로)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주고 외환시장 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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