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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책 없나요?" 도쿄선 이미 품귀...증쇄 간다 [현장르포]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3 14:08

수정 2024.10.13 14:23

도쿄 최대 서점, 즉시 특별판매대 설치
신주쿠, 시부야 대형 서점서 줄줄이 완판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문학의 세계 크게 변화시켰다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상 특설코너. 사진=김경민 특파원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상 특설코너. 사진=김경민 특파원

【도쿄·서울=김경민 특파원 유선준기자】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이튿날인 지난 11일, 일본 도쿄 최대 규모의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 본점은 곧바로 특별 판매대를 설치했다.

문학 코너인 서점 2층의 제법 널찍한 공간에 마련된 특별 판매대에는 '축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 작가의 대표작들이 매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위치했다. 노벨상 후보 작가의 작품들도 여러권 전시됐고, 옆으로는 '노벨문학상은 어떤 상인가'이라고 적힌 노벨상의 권위를 소개하는 안내판도 보였다.

매대를 자세히 살펴보니 한 작가의 책은 대부분 영어 번역본이었다. 서점 직원은 "이미 오전부터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들까지 책을 찾아 일본어판은 매진이 됐다"며 "현재 영어 번역본 몇권 정도만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한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는 홍보문구 뒤편에 남은 좁은 자리에 일본이 수년간 노벨문학상을 기대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일부러 의도한 배치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한 노신사가 몇분째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였다.


그는 "하루키의 오랜 팬으로 일본의 세번째 노벨문학상 수상 기대가 컸기 때문에 매우 아쉽다"면서도 "한 작가 작품은 '채식주의자' 정도만 들어보고 읽어보지는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얼마나 좋은 책인지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 기노쿠니야 신주쿠 본점을 제외한 신주쿠, 시부야의 서점 5곳을 더 돌아봤지만 한 작가의 책을 볼 수는 없었다. 서점 직원들은 "오전에는 몇권 정도 있었는데 다 팔렸다"고 했다. 일부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타 작가이고 찾는 사람도 많아졌으니 일본어판도 당연히 증쇄하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특별 판매대. 한 노신사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들이 전시된 매대 뒤편을 보고 있다. 사진=김경민 특파원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특별 판매대. 한 노신사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들이 전시된 매대 뒤편을 보고 있다. 사진=김경민 특파원

실제로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어판을 발간한 하쿠스이샤는 즉시 증쇄를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일본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이 2016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채식주의자'가 일본어로 약 2만부가 발간됐다. 이어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속속 발간됐다.

일본에선 이미 한국 드라마와 영화, K팝뿐 아니라 소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에서는 보통 10만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약 29만부가 출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K-BOOK진흥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어로 번역된 한국 문학 작품 수는 2016년과 비교해 약 4배로 증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인간에 대해 지속해서 질문을 던져온 한강 작품이 앞으로도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 "일본에서도 한국 문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그 흐름을 견인해 온 작가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중국 서점가도 한강의 작품을 찾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에서는 전체 도서 인기 검색어로 '한강'이 1위, '채식주의자'가 2위에 올랐다. 소설 카테고리에서는 한강이 1위, '채식주의자'가 2위에 오른 데 이어 중국에서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소년이 온다'가 4위에 올랐다.

당당왕 측은 '채식주의자' 등 한강의 작품을 "아시아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으로 소개했다.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재고가 없는 듯 예약판매로 주문을 받고 있으며, '소년이 온다'의 경우 한국판을 비롯해 대만에서 출간된 버전도 판매하고 있다.

중국 독자들도 한강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영화·드라마·도서 등 평론 플랫폼인 '더우반'에서 '채식주의자'는 4만5000여명의 이용자로부터 평균 별점 4점을 받았다. 한 이용자는 "책장에 이 책이 있는데도 안 보다 반나절 동안 집중해서 다 봤다"면서 "한강은 국제 문학의 시야를 가진 작가다.
노벨 문학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라고 호평했다.

중국 매체들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하는 등 현재 한국 문단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작가라고 전했다.


현재 중국은 한강의 작품으로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흰 ' 등 6편이 출간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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