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매출 높다고 남는 장사인 줄 아는데… 수수료만 더 떼여" [현장르포]

김동규 기자,

신지민 기자,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4 18:06

수정 2024.10.14 18:06

'배민 차등수수료'에 냉담한 소상공인
중개수수료 9.8% '살인적 수치'
매출 상위 40%업체에 그대로 적용
하위 60%에는 5~6%로 낮춰 차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보이콧 논의
"배달앱 소비자도 생각해볼 문제"
지난 10일 정오 서올 종로구의 한 요식업체 현관에 '배달가능'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지난 10일 정오 서올 종로구의 한 요식업체 현관에 '배달가능'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진=김동규 기자
"지난 8월에 올린 중개수수료율을 일괄적으로 낮추겠다는 말도 없는데, 이게 무슨 상생안 인가요"

지난 10일 정오께 서울 종로구의 한 프랜차이즈 떡볶이 업체 주인인 최모씨(60)는 "매출 상위 40% 업체든 매출 하위 40% 업체든 똑같은 소상공인인데 왜 다르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배민이 '중개수수료율 차등 적용제'란 대안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매출 상위 40%의 업체' 역시 소상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배민이 매출을 기준으로 '갈라치기'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배민 보이콧' 카드를 고려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달라질 것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말장난" 분노하는 소상공인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중개수수료율을 업체의 매출에 따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매출 상위 40% 이상은 기존과 동일한 9.8%를 유지하되, 상위 40~60%는 6.0%, 60~80%는 5.0%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업체들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결국 혜택은 매출 하위 60%만의 '당근책'일뿐이기 때문이다. 종로구에서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A씨(60대)는 "배민의 제안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배민 측이 매출 상위 40%를 '억만장자'인 양 생각하는 듯하지만, 사실 이들 역시 유명 프랜차이즈의 노하우를 빌리는 소상공인"이라고 꼬집었다.

소상공인들은 '9.8%' 수치에 대해 '살인적'이라고 하소연했다. 배민은 지난 8월 '쿠팡이츠' 등 타사와 경쟁을 명목으로 중개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상향 조정했다. 동대문구의 치킨 프랜차이즈 '페리카나' 사장 김모씨(66)은 "중개수수료율이 6.8%이던 시절에는 그래도 어찌어찌 통장에 돈이 들어왔었는데 최근에는 치킨을 더 파는데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민을 일탈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종로구 일식 카레 프랜차이즈점 대표인 권모씨(64)는 "중개 수수료가 더 올라가면 배달 서비스 아예 중단할 생각"이라며 "지금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판매가의 40%를 떼야 한다"며 말을 흐렸다.

같은 지역 개인 튀김 덮밥집 사장 신모씨(50) 역시 "지금의 중개수수료 9.5%로 부담이 된다"며 곧 배민을 통한 배달 서비스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민 등을 통해 배달할 경우 판매가의 20%를 떼고 시작하므로 남는 것도 없다"며 "지금까지는 '놀 바에 일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배민을 받았지만 이제는 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5개 브랜드(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가맹점주 협의회 대표들은 지난 10일 모여 배민의 신규 무료 배달서비스 '배민클럽'을 임시적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서비스 탈퇴 등의 방식으로 보이콧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공인과 배민, 양자대결 아냐

반면 소상공인들의 집단 행동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일반 대중들이 배달앱을 계속해서 찾는 이유에서다.

종로구 개인 카페 운영자 정모씨(49)는 "소상공인들이 배달앱을 보이콧하더라고 손님들이 계속해서 배달앱을 찾으니 우리 같은 소상공인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클릭 몇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함이 때문에 테이크아웃을 하던 고객도 배달앱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당장의 싼 가격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학과 교수는 "배달앱을 통한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소상공인들은 이중가격제, 즉 홀 고객과 배달 고객에게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여러 프로모션으로 당장 배달앱이 싼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소비자들도 잘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제안했다.


배민은 이같은 소상공인들의 반응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중개수수료율을 하향하는 방안 등은 국내·외적 상황, 타사와의 경쟁 등을 고려했을 때 고려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업체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체에서 더 나은 상생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쿠팡이츠와 요기요 등 배달앱 전체가 상생을 위해 동일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신지민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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