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TSMC 독주·LCD 中 천하… 韓기업 ‘IT 인플레이션’ 덮치나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4 18:10

수정 2024.10.14 18:17

"2나노 공정 웨이퍼 가격 인상 예정"
TSMC 쏠림 큰 세트제품 수익 타격
LGD 광저우 철수로 中 독과점 고착
삼성·LG TV, 패널價 상승에 비상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요 부품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국내 기업들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IT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와 중국 디스플레이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해당 기업들의 부품이 필수적인 세트(완성품) 업체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에서다.

TSMC 독주·LCD 中 천하… 韓기업 ‘IT 인플레이션’ 덮치나

■ "TSMC가 정하는 게 곧 가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내년부터 양산 예정인 2나노미터(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반도체 원판) 가격을 장당 3만달러(약 4068만원) 이상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3나노 웨이퍼 장당 가격이 1만8500달러, 4·5나노 웨이퍼 장당 가격이 1만50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2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하는 셈이다.

앞서 TSMC는 주력 제품인 3나노(1㎚=10억분의 1m)와 5나노 공정 제품 가격도 최대 8% 인상할 것이라고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 외 대안이 없는 빅테크들은 가격 인상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메타, 인텔, AMD 등 북미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TSMC에 이어 세계 2위의 점유율(11.5%)을 기록 중이지만 3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이렇다 할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TSMC 쏠림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올해 2·4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62.3%를 기록 중인 TSMC는 3나노 이하의 선단 공정에서는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훨씬 더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수율(양품 비율) 문제를 해결해 TSMC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 상태"라면서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3나노는 물론 2나노 이하의 선단 공정도 결국 TSMC 독점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가 3나노 이하의 선단 공정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TSMC 공정을 채택한 세트 제품들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단 공정으로 갈수록 이전 공정에 비해 생산 공정이 길고, 가공 기간도 길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면서 "(세트 업체들한텐) 원가 상승 요인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中 천하' LCD, 패널價 좌지우지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LCD TV 패널 공장을 철수하면서 LCD 업계는 중국 기업들의 입김이 거세질 전망이다.

LCD 업계도 독과점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중국 업체의 지난해 글로벌 LCD 시장 점유율은 60.8%다. 한국(10.1%)의 여섯 배가 넘는다.

국내 LCD 패널 생산의 최후의 보루인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의 매각과 일본의 샤프전자도 9월을 마지막으로 LCD 패널 생산을 포기하며 중국 업체 위주로 LCD 업계 판이 재편됐다. 중국 업체들은 가동률을 조정하며 LCD 패널 판가를 통제하고 있다.

중국 기업 위주의 가격 결정력이 강화되면서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사 모두 LCD 패널 가격 등 원가 상승으로 인한 TV 사업 수익성 회복에 사활을 건 상태다.

LCD 패널의 경우 대안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만 LCD 업체가 대체재가 될 수 있지만 이들의 점유율도 높진 않은 상황"이라면서 "다행인 점은 중국 BOE나 차이나스타(SCOT) 등도 개별 기업이니 (담합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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