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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캐스팅보트 된 국민연금..선택은?[fn마켓워치]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16 13:34

수정 2024.10.16 15:14

7.49% 보유..MBK에 투자금 맡기기도
기존 고려아연 경영진에 대부분 동의했지만 '수책위' 등판 가능성
고려아연 캐스팅보트 된 국민연금..선택은?[fn마켓워치]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지분 7.49%를 보유, 양쪽의 아쉬운 지분 확보를 역전할 수 있는 카드여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공격하는 MBK파트너스에 투자금을 맡긴데다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등판 가능성도 높아졌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된 지분 5.34%에 대해 결제한다. 기존 영풍 지분 33.13%를 포함해 38.47%를 확보한 셈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이르면 이달 중 임시주총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진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의 중도 해임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관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내야 되서다. 양쪽 모두 참석하면 72%로 48%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 셈이다. MBK파트너스로서는 10%를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최 회장측의 우호지분으로 알려진 각 그룹사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해 MBK파트너스는 "그룹사는 최 회장의 백기사가 아니라 고려아연의 파트너"라고 강조해온 바 있다. 한화의 경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 회장과 교류가 두터워 MBK파트너스의 공략이 어렵지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연도금을 통한 자동차 생산이 필수인 만큼 중립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 그룹사의 고려아연 지분은 한화H2(5.0%)·한화임팩트(1.9%)· 한화(1.2%) 등 한화그룹 8.1%,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인 HMG글로벌 5%(주당 취득단가 50만4333원, 약 5272억원), LG화학 1.9%, 트라피구라(1.5%), 한국타이어(0.8%), 한국투자증권(0.8%), 조선내화(0.2%), 동원산업(0.04%) 등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 등 기관 설득은 MBK파트너스가 전력을 다할 부분이다. IB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유리할 뿐만 아니라 재무적 투자(FI) 관점에서 MBK파트너스의 논리가 통할 부분이 있어서다.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89만원이 고려아연에 부채 2조7000억원을 만들 것으로 밝힌 바 있다.

다만 한국 기관 투자자의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어느 한 편을 지지하기 보다 중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권 분쟁에서 빠지기 위해 매각 카드도 꺼내들기도 한다. 국내 한 대형 공제회는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 중 공개매수 대신에 장내매각을 택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연금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국민연금 스스로도 최근 주식 위탁운용사들과 간담회를 통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주주활동'을 강조하면서다. 책임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두고 마냥 중립을 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수책위를 통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경우 그동안 최 회장측의 안건을 지지해온 국민연금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9월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운용업계의 의결권 행사가 형식적인 수준이었다고 경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연기금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적정성, 스튜어드십코드 준수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한 만큼 국민연금도 의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민연금은 2020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최근 5년 간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53건의 의안 중 49건(92.5%)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의안 중에는 현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이사 선임안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총에서도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 당시 장 고문 측은 고려아연의 배당 관련 안건에 대해 '배당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또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자는 경영진에 맞서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고려아연이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면 전체 주식 모수가 2070만3283주에서 1863만2955주로 줄어든다. MBK파트너스-영풍 지분은 42.74%,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 우호 지분까지 합해 40.27%로 각각 높아진다.


다만,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가르는 의결권 행사에 나서기엔 부담이 커 중립모드를 견지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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