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포장군집
태권도 사범이 진심으로 내놓는 돼지 부속 고기 '마포장군집'
태권도 사범이 진심으로 내놓는 돼지 부속 고기 '마포장군집'
[파이낸셜뉴스] "돼지 부속 고기를 하루 종을 서서 손질하면 기립근, 무릎 등 안 아픈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은사께 배운데로 요령피우지 않고 손님상에 정직하게, 착한 가격으로 내놓을 생각입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먹자골목에는 돼지 부속 고기 전문점 '마포장군집'이 있다. 가게를 운영하는 전인호씨(46)는 17일 "돼지 생막창은 창자 안에 기름이 많아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서 제거를 해야한다"며 "생막창을 소금에 절이고 물로 4번 헹구는데 이걸 3번 반복하고, 다시 소주로 2번 세척, 총 14번을 씻은 뒤에 손님 상에 나간다"고 말했다.
가게 외부의 노란색 간판에는 정직하게 '마포 장군집' 상호명과 '돼지부속전문'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식당 안에는 드럼통 테이블 10개, 외부에는 2개 테이블이 있다. 가게 내부 메뉴판을 채운 뽈살, 꼬들살, 생막창, 껍데기 등 돼지 부속들이 눈길을 끌었다. 물가가 올라 1인분에 120g을 주는 고깃집도 많은데 넉넉하게 200g을 준다. 가격도 1인분에 껍데기는 1만원, 생막창은 1만4000원, 가장 비싼 항정살이 1만5000원이다.
추천 메뉴를 물어보니 전씨는 "처음 오신 분은 모든 부위를 다 맛보실 수 있는 모듬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모듬의 가격이 이상하다. 보통 모듬을 시키면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대신 양이 적거나 비싸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 반대다. 가격은 1만5000원으로 같은데 용량이 250g으로 50g이 더 많다.
전씨는 "가게를 알아볼 때 용강동은 돼지고기 집이 많아서 저렴한 가격에 양도 넉넉하게 주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돼지 부속 고기 전문은 손이 많이 가고 힘들어서 이 동네에 우리 가게 밖에 없다"고 말했다.전씨는 지난 8월 이곳에 가게를 열었다. 요식업 분야에서는 '흙수저'이면서 '초보'다. 삶의 이력도 음식과는 거리가 멀다. 전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 시절에는 태권도를 배웠다. 육군으로 입대해 보병 근무를 하다 국방부 장관배 태권도 대회를 나가고, 제대 후에도 태권도 공연팀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해외 공연을 하다 만난 관장의 권유로 미국 시애틀에서도 2년 가량 태권도 사범 생활을 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도 목동, 일산 등을 거치며 태권도 도장을 운영했다. 30대 초반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20년 가까이 태권도 도장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위기가 찾아왔다. 밀린 월세와 직원들의 임금을 감당 못해 2022년 도장 문을 닫았다. 그 후 대리 운전, 배송 기사 등 닥치는데로 일했다. 대리 운전 콜을 받고 가다 넘어져서 아킬레스건을 크게 다쳤다. 다친 다리는 회복 됐지만 마흔 중반 살길이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26년 간 단골인 돼지 부속 고깃집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너무 가까워 '삼촌'이라고 부르는 사장이지만 일을 배우겠다는 부탁을 몇 차례나 거절했다. 계속해서 요청하자 '가게부터 얻고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씨는 실제로 3개월 동안 상권 조사를 하고, 가게 위치를 알아봤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지인인 사장에게 보여줬더니 그제서야 진심을 알고 "다음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전씨는 청소부터 시작해 3개월 동안 돼지 내장 세척하는 법, 손질하는 법, 칼 쓰는 법을 배웠다. 사장은 '편하게 삼겹살 집이나 하라'고 권했지만 자신이 맛본 맛있는 돼지 부속 고기를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었다고 한다.
8월 오픈해 이제 3개월 차인 가게는 순항 중이다. 마포, 공덕, 여의도 직장인은 물론 주변 주민 단골도 생겼다. 얼마전에는 별다른 홍보도 안했는데 유명 연예인과 셰프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촬영하는 등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씨는 간호사로 일했던 아내 강상미씨(42), 주방 아주머니와 가게를 운영 중이다. 그는 "가게는 오후 4~11시까지 열지만 부속고기 매입부터 손질은 아침 9시부터 시작된다. 피곤하고 몸도 고단하지만 손님이 나가면서 맛있었다고 엄지척을 해주면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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