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AI가 기자 대체할 수 있을까… 기획취재 맡겨보니 ‘반만 기자’[AI, 미래 직업을 바꾸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7 18:13

수정 2024.10.27 18:52

(1) 기사 기획을 시켜보다
AI 활용한 기사 올 퓰리처상 수상
기사 계획·취재처 등 AI가 지시
기자는 AI 기획 따라 현장 취재
취재과정서 틀린사실 알려주기도
챗GPT에 '기자를 돕는 AI를 보여달라'고 명령한 뒤 나온 일러스트 ChatGPT4o
챗GPT에 '기자를 돕는 AI를 보여달라'고 명령한 뒤 나온 일러스트 ChatGPT4o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적인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둔 지난 2016년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2022년에는 '챗(Chat)GPT'라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활용이 일상화됐다. 올해는 AI가 올해 노벨 과학상을 사실상 휩쓸었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하나씩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본지의 기획취재 시작점은 바로 여기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인간이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아닌 AI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미래 직업'이 궁금했다. 따라서 AI에 기획취재를 맡기기로 했다. AI가 기획안을 만들고 AI가 지시한 방식으로 취재하고 AI가 추천한 장소, 인물을 찾아 현장 취재를 했다.
언론 업계에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AI에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해 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언론 현장에서 활용되는 'AI'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생성형 AI를 다양하게 접목, 기사 작성도구 외에도 새로운 서비스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스로픽 LLM 클로드를 활용해 '애스크 FT(Ask FT)' 챗봇을 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기후변화 관련 질문에 답하는 AI 챗봇 '클라이미트 앤서(Climate Answers)'를 선보였다. 두 챗봇 모두 각 언론사의 보도를 바탕으로 질문에 답변한다. FT는 이를 기업고객 등 유료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사에서 AI 테크기업과 손잡고 자체 시스템을 개발, 기사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특히 주식 시황 분석, 날씨,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은 AI가 적극 활용된다.

올해 언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 수상작에서도 AI를 활용한 기사가 두편이 나왔다. 뉴욕타임스의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에 대해 알고 있던 비밀'(The Secrets Hamas Knew About Israel's Military) 기사는 국제보도부문 상을 받았다. 인비저블인스티튜트는 '시카고의 실종'(Missing in Chicago) 기사로 지역부문 상을 받았다. 해당 기사들은 자료 분석의 일환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아직까지 AI는 언론 부문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개최한 'AI와 언론의 혁신' 컨퍼런스에서 어니스트 쿵 AP통신 AI프로덕트 매니저는 "적어도 AI로 인해 AP통신에서 일자리를 뺏긴 사람은 없다"며 "생성형 AI는 오류 없는 기사를 안정적으로 작성할 수 없다"고 했다.

■AI 지시에 따르는 '기자'

언론 현장에서 AI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본지도 새로운 시도에 도전했다. AI가 기획을 하고 기자가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주제만 정해주고 나머지 모든 기획안을 AI에 맡겼다. 이후 취재 진행방법, 취재 현장, 데이터 확보 등도 AI가 알려준 방식을 따랐다. 여기에는 생성형 AI인 '챗GPT 4o'가 사용됐다.

첫 질문은 "AI가 바라보는 직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쓰겠다"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제한을 두기 위해 기획기사는 총 8회로 제한했다. 각 구성은 챗GPT의 안내를 그대로 수용했다.

AI가 제시한 기획기사에서는 기존 인간의 직업이 도전받고 있다며 우려했고, 정부의 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언론직업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아울러 AI로 인해 성장한 미국 시애틀에 대해 취재하길 권했다. 반면 기술 변화로 인해 쇠퇴하고 있는 미국 시카고 취재도 요청했다.

AI가 내리는 취재 지시를 따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AI는 틀린 사실을 알려주기도 했으며, 허구의 취재원을 권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독자에게 잘못된 사실을 전달할 수는 없고 허구의 취재원을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문제 되는 부분은 수정을 결정했다.

앞으로 이어질 6개의 기사는 AI와 기자의 협업이, 마지막 8화는 AI 지시를 따라 현장을 뛴 기자들이 체험하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AI를 평가해 봤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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