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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취임 두돌 삼성 李회장이 짊어진 재도약 쇄신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0.27 18:37

수정 2024.10.27 18:37

2년 사이 세상은 AI 중심으로 급변
자만 빠진 분위기 다잡아 혁신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참석했다.(공동취재단)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참석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도 참석했다.(공동취재단)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위기설마저 나도는 가운데 맞이한 이 회장의 2주년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겁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위한 쇄신책 마련이 절박한 상황이다.

2년 전 취임 당시만 해도 이 회장의 각오는 남달랐고, 삼성전자의 앞날에 대한 믿음도 굳건했다. 2022년 6월 이 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을 때 삼성의 기술혁신 노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그때 삼성에 닥칠 어려움은 잉태되어 있었다. 2년 사이에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세계를 휩쓸었고 반도체 산업의 핵심 키워드도 비메모리, 파운드리에서 나아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바뀌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 삼성의 사정이 급변한 것이다.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HBM에 대한 대처에 삼성이 늦은 사이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한 SK하이닉스는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업이익 부문에서 삼성을 밀어내고 날개를 단 듯이 날아올랐다. 삼성이 후발주자처럼 뒤따라가는 형국도 거의 처음 보는 것이지만, 국내 경쟁에서도 밀릴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 회장의 말대로 기업의 존망은 기술에 달려 있고, 기술을 등한시하거나 혁신에서 뒤처지면 한순간에 벼랑 끝에 설 수 있다. 삼성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앞으로도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 발전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그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은 바로 도태되고 말 것이다. 노키아나 소니 등 타국 기업의 사례를 자세히 인용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멀리 볼 때는 보약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일시적 위축은 문제점을 고쳐서 더 크게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은 그동안 1등의 자만심과 보신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주마가편이라는 말처럼 잘나갈 때일수록 가일층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느라 기업 활동에 전념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현대 기업의 경영이 1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지만, 삼성전자를 위시한 그룹의 진취적 운영을 위해서 이 회장의 역할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우리 정치문화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일이 허다했다. 기업가와 기업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밀어주려는 노력은커녕 결과적으로 도리어 훼방을 놓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여건에서 경영능력을 십분 발휘하기는 어렵다.

물론 삼성이 여기서 주저앉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선대 회장을 능가하는 능력을 이 회장이 충분히 보여줄 것으로 누구나 믿는다. 언젠가는 등기임원으로 다시 돌아와서 일을 하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그 전에 느슨해진 분위기를 다잡아서 활기찬 삼성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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