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행장 "전략 방향 일부 수정 사과"
"금융시장 급변 예상 못해..KPI 변경도"
"금융시장 급변 예상 못해..KPI 변경도"
[파이낸셜뉴스] 우리은행이 연말까지 신규 기업대출을 잠정 중단하고 10월 말까지 기업대출 잔액으로 직원 평가를 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해 BIS 비율을 끌어올려야하는 우리금융그룹의 상황과 대출 옥죄기에 나선 금융당국의 정책이 겹치면서 우리은행의 신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급변하는 금융시장을 예측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한 전략 수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사 기준 변경에 대해 행원들에게 사과했다.
11월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전체 행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전략 방향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선 현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사과드리며 그 배경과 방향성을 포함한 현 상황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썼다.
조 행장은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의 확산으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자본비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밸류업 계획에 따른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은행의 자본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경 변화 대응과 밸류업 계획 완수를 위해 대출 자산 감축은 물론, 임대업 등 특정 업동에 치우친 자산의 리밸런싱과 연체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5일 3·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 12.2%를 달성하고 2025년 말에 12.5%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컨콜에서 이성욱 우리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 4·4분기엔 자본비율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7월에도 우리금융은 CET1비율 12.5% 조기 달성 내용을 담은 '2024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해당 비율을 올해 말 12.2%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2025년 말엔 12.5%, 중장기적으론 13.0%를 제시했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다.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 2023년 3·4분기 12.2%에서 같은 해 4·4분기 12.0%로 떨어졌다. 이후 지난 9월까지 12.0%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지난 8월 체결한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승인의 관건은 적정 자본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인데 3·4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CET1(12%)은 KB금융(13.85%)은 물론, 신한금융(13.13%) 하나금융(13.17%) 등을 하회하고 있다.
조 행장은 여신심사, KPI 기준 변경 등 정책 변화로 직원들에게 혼란을 준 것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기업 대상 신규 여신을 잠정 중단하고 10월 말 대출 잔액을 근거로 인사 평가를 하겠다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지했다.
우리은행 영업 현장의 행원들은 "공격적인 기업 대출로 리딩 뱅크를 만들겠다며 독려하더니 준비하고 있던 대출 마저 못나가게끔 여신 정책을 바꿔버렸다"며 "당장에 올해는 이런식으로 자본비율을 맞춘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영업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인사상 불이익은 누가 책임지는지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