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표는 끊임없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다. 국정운영의 양 수레바퀴인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다양한 정국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훈수'를 두는 범위이다.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명분으로 대통령에게 요구한 건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부터 대통령실 인사개편과 개각 이외에도 국회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참석까지 꽤 범위가 넓다. 윤 대통령으로선 도를 넘은 지나친 훈수나 간섭으로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친윤계가 "한 대표가 개인플레이를 한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친윤계는 국정운영의 한 축이자, 공동운명체인 여당 대표로서 진솔한 속내를 건의한다기보다는 '여당 대표로서 할 일은 한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겨냥한 언론플레이로 본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의 갈등이 격화되는 사이, 국민 삶의 질 향상이 목표인 '고위당정협의'는 두 달 넘게 멈춰 서 있다. 민생안정에 방점이 찍혀야 할 국회 운영은 입법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의 일방통행식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여야 할 고위당정협의까지 막혀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가면,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표현한 유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받고 결국 물러났다. 지도부에 홀로 남은 김 대표도 이듬해 총선 참패로 물러났다. 후임 당 대표는 친박계 이정현 대표가 맡으면서 박 대통령 친정체제가 완성됐다.
하지만 친정체제를 구축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청와대 문고리 권력 논란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국민적 공분은 탄핵소추로 이어졌고, 비박계 인사들이 손을 보탰다. 이후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면서 박 대통령과 주요 친박 인사들은 수감됐고, 비박들은 배신자 꼬리표를 단 채 수년간 정치적 방황기를 보냈다.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를 잡아먹으려 들면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당시 검사로서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박 대통령의 몰락을 상기해야 한다. 배신의 정치는 공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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