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알약만 삼키면 살이 빠지고 근육이 생긴다는 ‘운동 알약'(Exercise Pills)이 꾸준히 연구개발 되고 있다.
6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덴마크 오르후스대 연구진은 최근 공복상태에서 10km를 고속으로 달리는 것과 같은 대사 상태로 만들어 주는 '라케(LaKe)'라는 약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약물은 체내 젖산염의 급격한 증가를 유도 한 후 베타-하이드록시부티레이트(BHB)라는 화학물질의 점진적인 증가를 유도한다. 젖산염의 급증과 BHB의 점진적 증가라는 두 가지 변화는 지방세포에서 떨어져 나와 체내를 떠도는 유리지방산(FFA)의 혈중 수치를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게 만든다. 이는 공복 운동과 고강도 운동 등에서 기대되는 효과이며 장기적으로 심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같은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매체에 따르면 라케는 아직 개발 단계로 260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연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부터 운동을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2004년 PPAR-delta라는 단백질이 실험용 쥐에 신진대사 증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처음 발표된 후, 2008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솔크 연구소는 당 대신 지방을 연소하도록 주요 유전자에 신호를 보내는 'GW501516'(516)이라는 약물을 소개했다. 이 약물은 설치류 실험동물이 평소의 한계를 넘어 더 오래 달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
2015년 처음 소개된 '컴파운드 14'는 처음엔 질병치료제로 개발되다 비만 쥐의 공복 혈당 수치를 낮추고 인슐린 민감성인 내당능을 개선하며 체중 감소를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 3월 섭취하기만 해도 근육량 증가, 신체 능력 증진 등 효과를 보이는 알약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으로 알약의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알약을 먹은 생쥐는 일반 생쥐보다 더 높은 지구력을 보인다는 게 확인됐다"라며 "비만, 심부전, 신장 기능 저하 같은 질병에 대한 예방 효과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를 주도한 바하 엘겐디 워싱턴대 교수는 "실제 운동이 갖는 중요성은 알약보다 더 크다"라며 "해당 알약은 일반인의 운동 보조 수단이 아니라, 근육이 퇴행하는 심각한 질병을 앓는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고 강조했다.
아직 운동 대체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이나 유효성, 다른 화합물과의 상호작용, 지속 기간 등의 연구는 부족한 상태다.
사람에게 운동 알약을 적용해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전에 실험 모델을 개발하고, 신체 내 정보를 분석하는 구체적인 유전학적, 고분자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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