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와 이미 완료한 한미 방위비협상 등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도 현 바이든 정부처럼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우리나라가 ‘기여자’로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특히나 북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패싱’ 될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즉, 북미 양자 협상만으로 한반도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들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사실상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임박한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그간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해 인적 네트워크를 쌓고 안보·경제 영향 시뮬레이션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온 만큼, 큰 혼란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려되는 사안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과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강구하고, 트럼프 측과 물밑 협의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2차 SMA를 이미 조기합의해 국회 비준동의만 남은 상황을 언급하며 “(재협상 하더라도) 12차 SMA 협의 결과가 기준점이 될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이 여러 기여를 해왔고 글로벌 차원에서 발전시켜야겠다는 데 대해 트럼프·해리스 양 캠프에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IRA에 대해선 “여러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미국과 어떻게 유지·발전시켜나갈지 생각하고 있다”며 “미 대통령 당선인 측 정책 담당자가 지명돼 우리와 협의를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대선 결과 확정 직후 비공식적으로 적극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미 양자협의만으로 이뤄지는 사안들은 정부가 대비할 수 있지만, 북핵 문제는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입장에선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해와서다.
이는 북핵 위협만 커지는 결과를 낳거나, 우리나라가 낄 틈이 없이 북미 담판이 이뤄지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대화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더 유도하기 위해 대화와 함께 압박 수준도 높일 것”이라며 “그리고 우리나라는 대북 대화가 끊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북미 협상에서 패싱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입장에선 우리나라를 끌어들이는 게 북한의 반발을 살 수도 있고, 3자 구도가 되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과 일본은 물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 등과 협의해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나서도록 노력을 배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북한에 대한 주장이 그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을 부각했다. 북핵 고도화로 위협이 트럼프 1기 때보다 훨씬 크기도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한 탓에 복잡다단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의 평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견해와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거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북한이 참전해 대북정책 방정식이 복잡해졌다. 당장 해결할 현안과 중장기로 대북정책을 분리해 미국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핵 대응 협력 지속을 과시하기 위해 한미일 정상회의도 예정대로 연내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미 대선 결과가 확정된 후 미 측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 정상회의 시기와 장소 관련 협의를 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트럼프 재집권은 시기·장소 변동 영향만 줄 뿐 개최 의지가 꺾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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