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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비관론자 돼..시즌3가 피날레" ['오징어게임2' 황동혁 감독 인터뷰②]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13 00:02

수정 2024.11.13 09:32

지난 8월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2 기자간담회. 넷플릭스 제공
지난 8월 열린 '오징어 게임' 시즌2 기자간담회. 넷플릭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 역대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한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즌2가 3년 만인 오는 12월 26일 마침내 공개된다. 황동혁 감독은 지난 8월, 미공개 시즌2 맛보기 영상을 공개하며 가진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만감이 교차한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공한 시리즈의 속편을 제작하는 게 쉽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K콘텐츠 속편에 대한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저 역시 시즌2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기대치들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그걸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제가 어떤 작품에 바칠 수 있는 노력 기준, 이 작품에 제일 많이 쏟았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제가 확인한 결과물로는 충분히 그 노력이 보인다. 노력 뿐만이 아니라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도 확인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시즌2가 나오고 있다. 물론 냉정한 평가는 시청자의 몫이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을 여러분들 앞에 내놓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다시 한번 드린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인간 사회의 경쟁과 갈등이 압축돼 있었다. 시즌1의 마지막에 생존을 넘어선 인류애가 있었다면 시즌2는 무엇이 마침표에 맞닿아 있나.
▲시즌1의 인기 원인을 물을 때마다 “우리네 세상이 ‘오징어 게임’ 속 세상만큼 살기가 힘들어져서, 공감이 더 가는 게 아니겠냐”고 답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든다. 기후위기는 더 심해졌고, 빈곤과 사회 양극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 내에서 뿐만 아니라 나라끼리의 갈등도 격화됐다.

시즌2와 시즌3에서는 "과연 우리가 이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는가?", "우리에겐 그럴 능력이 있는가?" 우리가 그럴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보고 싶었다. 제가 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얘기를 진지하게 해보고 싶었다.

'오징어 게임' 현장 공개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현장 공개 사진.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이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 큰 울림을 줬지만 폭력적인 장면으로 인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표현되는 폭력과 살인, 탈락한 자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사형이라는 벌칙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좀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이다.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에게 가해지는 어떤 사회 시스템이 주는 형벌들이 있지 않나. 그들에게 주는 폭력이 있고, 그들을 방치함으로써 그들이 받는 고통이 있고 그런 것들을 일리미네이트(제거, 탈락)라는 느낌으로 상징화한 폭력이라고 봤기에 연쇄 살인범이 나와 누군가를 살해하는 그런 사실적인 폭력보다는 덜 폭력적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했다.

연장선상에서 시즌2에서도 그 시스템은 여전히 유지가 된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이 작품 자체가 과연 인간성이라는 것, 인간의 윤리성이나 도덕성이라는 것이 우리 경쟁 사회에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이 지속가능하고 유효한지를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2에서도 인간의 윤리성을 시험에 들게 하는 많은 장면들이 나온다.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시즌3 공개 소식을 함께 알렸는데, 각각 완결성을 갖는 시즌인지 아니면 파트1과 2와 같은 느낌으로 나눈건지 궁금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즌2과 시즌3은 한 호흡에 쓴 이야기다. 그런데 중간에 굉장히 큰 변곡점이 있다. 시즌3를 편집하고 있는데, 7개 에피소드 후 이어지는 이야기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고심과 논의 끝에 다른 시즌으로 하는 게 낫겠다,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3로 끝나나. 흥행 여부에 따라 다음 시즌이 나올 수 있나.
▲시즌3로 피날레 되는 이야기가 맞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 더 이상 뒤를 이어가는 건 지금으로선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제 입으로는 일단 시즌3가 이 작품의 피날레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스핀오프 같은, 이 사람들 얘기를 사이드로 해보면 재밌지 않겠어? 이런 얘기를 미친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그걸 하게 된다고 해도 바로 다음(차기작)에 할 것 같진 않다.

―시즌1 인터뷰 당시 “정의는 모르겠지만, 정의롭지 않다는 게 뭔지는 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게 담겼나.
▲요즘 점점 비관론자가 돼 간다. 이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이래서는 안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이렇게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는 감히 못 하는 작품이고, 그게 제 솔직한 심정이기도 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대여섯 살 유치원 아이들을 위한 의대 입시반 같은 게 있다고 하더라. 대전에서 촬영하면서 호텔 앞에 학원가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밤 10~11시에 파김치가 된 얼굴로 가방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산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우리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오직 좋은 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교육을 어릴 적부터 받고, 그것을 못하는 아이들은 모두 낙오자가 돼버리는 이런 세상에서 우리에게 미래가 있을까. 자살률은 끊임없이 높아지고 출생률은 끊임없이 내려가는 나라에 과연 뭐가 남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시즌2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시즌1의 기록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나. 시즌2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
▲(시즌1이 나온 2019년 코로나 시기에 비해) 경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숏폼의 시대이잖나. 그래서 그 숫자를 깨는 것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저도 매일, 매주 발표되는 수치만 쳐다보고 있을 테니까, 그러진 않으려고 한다. 다만 이 작품이 시즌1 보다 더 진일보했다, 완성도에 있어서 더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렇다면, 숫자가 부족하면 좀 아쉽긴 하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만족하고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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