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무리 비즈니스라고는 하지만 토트넘의 행보가 야멸차기 그지없다.
손흥민과 토트넘과 이별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가 손흥민과 장기 재계약 대신 '1년 추가 동행'을 결정, 구체적인 계약 연장 절차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걸로 알려진 언론인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2026년 6월까지 연장하는 계약 조항을 발동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최소한 (기존 계약보다) 한 시즌 더 토트넘과 동행한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2021년 7월 마지막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4년 계약을 맺은 양측의 동행은 2025년에 끝난다. 다만 토트넘이 1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한 걸로 알려졌다.
로마노에 따르면 토트넘은 당장 손흥민과 새 계약을 맺기보다는 기존 옵션을 발동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걸로 보인다. 지난 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계약 연장 옵션을 행사한다는 사실만 알리면 된다.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손흥민이 32세에 접어든 가운데 에이징 커브를 고려해야 하는 토트넘에 부담스러운 장기 재계약보다 옵션 행사가 현실적 선택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새 계약 체결 시 팀 내 최고 수준인 손흥민의 주급도 인상될 여지가 크다.
전 세계 스포츠 선수 연봉 분석 매체인 스포트랙에 따르면 손흥민은 주급으로 19만파운드(3억3000만원)를 챙긴다. 팀 내 1위다. 이렇게 되면 구단으로서는 다음 계약 기간 중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손흥민에게 거액을 써야 하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1년 연장 옵션을 쓴다면 오는 2026년까지 동행이 보장된 데다 주급 변동 폭 또한 통제할 수 있어 구단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이다.
다만, 이는 손흥민과 토트넘의 이별 가능성을 매우 높인 선택이다. 1년 이후 손흥민의 기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이별하겠다는 의사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나이를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기량이 지금보다 향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1년 후 손흥민의 대안을 마련할 시간을 버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토트넘의 행보는 손흥민 직전에 주장 완장을 찼던 위고 요리스를 연상시키게 한다. 요리스는 2012-13시즌 토트넘에 입성한 이후 계속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토트넘에서 2015시즌부터 오랜 기간 주장을 맞았고, 총 447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내줬고,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추진했으나 불발되었다. 결국 자유계약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대하는 태도는 위고 요리스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