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른바 '편의점 유행템?(유행+아이템)'은 말그대로 눈 깜짝할 새다. '이게 유행이래' 싶어서 인터넷을 좀 뒤지며 감을 잡아갈 때쯤엔 한물 간 상품이 된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 그 중에서도 편의점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젠지세대가 편의점에서 무엇을 많이 사고, 무엇을 품절시키는지만 알아도 1~2주의 소비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20년 전 처음 나왔던 리락쿠마의 '득세'?
최근 편의점에선 캐릭터 리락쿠마의 얼굴모양 쿠키와 캬라멜 아이스크림이 주목받고 있다. 리락쿠마는 일본의 한 캐릭터 개발회사가 2003년 처음 내놓은 곰돌이 캐릭터로,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리락쿠마?', '라락쿠마?' 캐릭터 이름조차 헷갈리던 나와 달리 포털사이트에 '리락쿠마'를 검색하자 리락쿠마 팝업스토어, 리락쿠마 가챠(뽑기), 무드등에 캐리어, 리락쿠마를 볼 수 있는 일본 현지 여행 코스...온갖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편의점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은 '리락쿠마 얼굴모양 쿠키'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빼빼로데이를 겨냥해 내놓은 차별화 상품으로, 동봉된 초코튜브를 짜서 리락쿠마의 눈과 얼굴 테두리를 따라 그리는 DIY(직접제작) 제품이다. 이렇게 설명해 놓으면 무척이나 단순해 보이지만...편의점마다 품절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기다. 따뜻한 물에 초코튜브를 넣어 녹인 뒤 소중하게 짜내어 사랑스러운 리락쿠마 얼굴을 재창조해 내는 순수한 기쁨이 인간의 창의력을 북돋아 주기 때문일까? 어찌 됐든 인기라고 한다. '리락쿠마 얼굴이 빼빼로 손잡이 맛이고, 눈코입과 테두리가 초콜릿 맛이어서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실제로 여기서 착안해 만든 제품이라고 한다. 직접 쿠키를 만들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인증하는 재미가 있는데, '망한 쿠키' 사진을 올리고, 구경하고, 놀리는 재미가 쏠쏠해서 더욱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빼빼로데이와 '리락쿠마 얼굴모양 쿠키'가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빼빼로데이(11월 11일)는 발렌타인데이(2월 14일)·화이트데이(3월 14일), 크리스마스(12월 25일)와 함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4대 기념일 대목' 중 하나다. 업계 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데서 안 하는 것', '더 새로운 것'을 찾다 보니 기념일마다 온갖 캐릭터와 협업한 이색상품들 열전이 됐고, 리락쿠마 얼굴모양 쿠키 같은 새로운 상품이 '히트 상품'이 되기도 한다.
진한 카라멜 맛의 아이스크림인 '리락쿠마 카라멜바'도 있다. 무려 리락쿠마를 입체적으로(?) 맛볼 수 있도록 3D 리락쿠마로 만들었다. 이렇게 들으면 3D 아이스크림이라는 게 별 대단치 않아 보일 수 있는데, 국내엔 이런 3D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제조사가 단 한곳 뿐이라고 한다. 나름대로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은 새로워지고, 새로운 제품은 다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들을 편의점으로 이끈다.
'버킷' 말고 '먹킷'...일본서 날아온 저지우유푸딩도 인기라는데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먹킷리스트(먹다+버킷리스트)'다. 특정 여행지에 가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먹거리들이 이 '먹킷'으로 소개된다. 저지우유푸딩은 일본 여행 시 필수 '먹킷'으로 꼽히는 디저트다. 글로벌 브랜드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일본 편의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하요 저지푸딩'을 이달부터 직소싱해 선보이고 있다. GS25는 아예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한 저지우유푸딩을 지난달 24일 처음 내놨다. 품절을 못 시키면 편의점에선 '인기템' 명함도 못 내민다. 출시 직후 당연히 전국적으로 품절됐고, 공급 대비 판매량이 폭증하면서 현재 판매가 일시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GS25는 생산라인을 풀 가동해 다음 주 월요일인 오는 18일부터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튀거나 새롭거나...그냥 맛있거나
편의점 히트 상품의 요건 중 하나는 뭐 하나는 대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점보사이즈 라면이나 팝콘처럼 크기가 대단하거나, 탁하고 따면 뽕하고 생레몬이 올라오는 신개념 하이볼처럼 대단히 새롭거나, 일단 보이는 것에서 눈길을 끄는 데 실패했으면 누적 판매량 수천만개에 달하는 생크림빵처럼 대단히 맛있어야 한다. GS25에서 내놓은 '더블새우맛어묵바'는 보다시피 이미 시각적으로 강렬함을 주는 쪽이다. 쿠캣과 협업해 지난 9월 처음 선보인냉장 어묵바 제품으로, 어묵바 위에 새우 모양의 거대한 맛살이 2개나 올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말 사실적으로 구현해 낸 새우 모양이 압권으로, 컵라면과 함께 먹으면 탄수화물에 단백질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제품이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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