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에 장거리 다연장 로켓 시스템과 자주포들을 지원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할 때 쓰기 위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보평가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북한에서 만든 170mm 주포가 장착된 M1989 자주포 약 50대와 개량형 240mm 다연장 로켓 20기를 러시아에 제공했다. 북한이 지원한 다연장 로켓은 표준형 로켓과 유도형 로켓 모두를 발사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소셜미디어에 북한 자주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정보 파악에 나서 북한의 무기 지원 사실을 확인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 자주포들이 러시아 중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에서 찍힌 것이라는 점을 파악해냈다. 일부 자주포들이 위장막에 가려져진 채 서쪽으로 기차에 실려 이동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북한의 M1989 자주포는 60km 사정거리를 갖는 자주포로 1989년에 생산을 시작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M1989는 1970년대 후반 생산된 M1979를 개량한 자주포다. M1979는 1980~1988년까지 이어졌던 이란 이라크 전쟁 기간 북한이 이란에 지원한 자주포이기도 하다.
또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개량형 다연장 로켓은 옛 소련이 설계한 BM-27 우르간(허리케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220mm 다연장 로켓을 발사한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개량된 정밀유도 로켓 발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고위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전장에서 이 무기들을 시험해 보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러시아 군복과 무장을 갖춘 북한군 1만명을 포함해 5만 병력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했다
북한의 자주포, 장거리 다연장 로켓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변곡점에 접어든 결정적 순간에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던 미국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내년 1월 후반 이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른 잣대를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강조하며 자신이 취임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백악관을 차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공화당은 상하 양원 의회까지 장악한 터라 트럼프의 종전 의지가 우크라이나 지원과 전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하기 전까지 가능한 많은 지역에서 러시아를 밀어내야 한다.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선임 펠로 마이클 코프먼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탄약과 무기를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북한이 이제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프먼은 북한의 병력과 무기 제공은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지난해 러시아군에 수백만발 규모의 포탄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올해에는 병력 1만2000여명을 러시아에 파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에서 일본 외무상 아와야 타케시를 만난 뒤 연설을 통해 “북한이 이제 러시아와 공범이 됐다”면서 “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불법 전쟁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야 외무상에게) 북한군의 쿠르스크 지역 활동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전달했다”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이 초래하는 모든 위협을 알렸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현대전을 훈련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훨씬 더 광범위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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