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북한 우크라 파병 우려에, 시진핑은 한반도 충돌과 혼란 불용 의지 과시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미국과 중국 두 정상은 미국의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양측의 충돌 회피 등 위기 관리 시스템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및 한반도 안정,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 의혹 등 양자 및 국제 현안에 대해 조율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안정이라는 점에서 입장을 같이 했다. 그러나,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은 국가 핵심 이익 등을 강조하면서, 미국 측에 분명한 레드 라인(넘어서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제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측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온라인 브리핑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라고 시 주석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안전 유지에 대한 중국의 이해 관계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도발 행위 등에 대해 경고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전략적 고려 사항을 전달한 것이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문제(전쟁)에 대해 중국의 입장과 행동은 정정당당하며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고, 줄곧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파병으로 심화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심히 위험한 전개"라고 지적하고, 이것이 북한의 직접적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한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들이 나왔다.
한편, 미국 백악관과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매체 등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의 '평화공존' 목표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미국에 대해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 미국의 새 정부 출범이 두 달 남은 상태에서 이번 회담은 시 주석이 트럼프 2기 정부를 향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측면도 강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글로벌 문제에 대한 중미 양국의 협력, 경제적 협력 및 인적 교류 심화, 신냉전에 대한 경계 등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은 막 대선을 치렀다"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대화 유지·협력 확장·이견 관리를 할 용의가 있다"면서 "중미 관계의 평온한 이행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양국 인민을 이롭게 할 용의가 있다"라고 유화적인 태도를 발신했다. 내년 1월부터 상대할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발신과 다름없다.
또,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쓴다는 중국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한다는 원칙에도 변함이 없다"라고 미국 측의 유화적인 화답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이어 "세계는 혼란·불안하고 충돌이 빈번하며 인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강대국 경쟁이 이 시대의 기초 논리여서는 안 되고, 단결·협력이어야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해결책이 아니고 호혜 협력이야말로 공동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유입 차단 정책은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고, 개방과 공동 향유야말로 인류를 이롭게 할 수 있다"라고 미국의 정책 전환을 재삼 촉구했다.
시 주석은 또 "대만 문제와 민주 인권, 제도, 발전 권리는 중국의 4대 레드라인으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중미 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드레일이자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차기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게도 이에 대한 존중을 강조한 것이다.
시 주석은 "중미 두 강대국이 자기 뜻에 따라 상대방을 바꿀 수 없다"면서 "상대방의 발전 권리를 박탈해서는 더욱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친구가 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를 추구하면 중미 관계는 장족의 발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상대방을 적으로 삼아 악성 경쟁을 하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 중미 관계는 곡절을 겪거나 퇴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마주 앉은 것은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세 번째 미중 정상회담으로, 그가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어 이번 회담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발언과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 발신으로도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4년 동안의 협력 관계를 정리하면서, 시진핑 주석은 양국이 외교·안보·무역·재정·금융·군사·마약·법 집행·농업·기후변화·인문 등 20여개 분야의 소통 메커니즘을 복원·신설해 성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지난 4년 중미 관계는 부침을 겪었지만 우리 두 사람의 지도로 성과 있는 대화와 협력도 전개해 총체적으로는 안정을 이뤄냈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은 언제나 말한 것을 지키는데 미국이 늘 말과 행동이 따로라면 미국의 이미지에 좋지 않고 양국 상호신뢰도 해칠 것"이라면서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이 지구상에서 장기간 평화공존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에서 열린 이날 회담은 1시간 40분동안이나 진행되는 등 양국 및 주요 국제현안을 총망라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으며, "중국이 미국과 미국 파트너 국가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데 미국의 첨단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민간 중요 인프라를 겨냥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거론하며 우려를 표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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