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페루)=김학재 기자】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한미·한중·한일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어 러시아와 북한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 규탄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은 한미일 3국 정상 공동성명에 러북에 대한 강한 규탄에 나설 정도로 우리 측과 함께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다만 중국은 아직 러북 군사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응을 보여, 우리와의 경제협력 의지와는 여전히 궤를 달리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그러나 전날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유사한 촉구에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없이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소극적인 반응에 그쳤다. 자유무역 등에 의견을 같이하면서 협력 활성화를 다짐했던 중국이지만, 안보 측면에선 여전한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리 측은 러북 군사협력에서도 중국 측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불법 군사협력(파병 포함) 강력 규탄, 한반도 비핵화·북한인권 증진·북한 불법행위 차단 협력, 남중국해·대만해협 관련 입장 재확인 등의 내용이 담긴 3국 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러북 불법 군사협력에 대한 3국 정상의 강력 규탄과 함께 윤 대통령은 APEC 회원 및 비회원 초청국들이 참석하는 세션 1에선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군사협력은 세계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미래를 향한 APEC의 협력을 저해한다"고 규탄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간의 군사협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합된 메시지를 계속 발신할 수 있게 한일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미일 정상의 대응과 달리, 시 주석은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적극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러북 군사협력에 불편한 반응을 보여왔던 중국이지만, 공개적으로 미일과 같은 수위의 행보를 보이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북한의 지속적인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군사 도발, 그리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은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지만, 시 주석은 "중국도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오로지 당사자들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시 주석은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도 하지 않을 만큼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시 주석의 이같은 반응은 결국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면서 "앞으로 중국과의 소통을 통해서 우리 앞에 함께 주어진 역내 문제에서 중국과도 협력할 수 있는 대목이 무엇이 있는지 계속 살펴나가겠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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