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이사충실 의무 개정은 시대의 요구"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1.25 05:00

수정 2024.11.25 05:00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나
기업 경영권 공격 빌미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추진 상법 개정안 주요 내용
이사 충실 의무 대상에 ‘총주주‘ 추가
독립이사, 이사 총수 3분의 1 이상 구성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단계적 확대
대기업(2조원 이상) 집중투표제 의무화

[파이낸셜뉴스] "이사충실 의무 개정은 시대의 요구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어펜딕스에서 열린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한 일갈이다. 투자한 회사의 주식 수만큼 공정한 권리를 달라는 평등정신에 기반, 당연한 요청이란 설명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할 트리거이자 '주주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것으로 봤다.

■상법 개정두고 엇갈리는 시각
25일 정 대표는 "오너와 지배주주 과잉보호는 시대착오적 특권이다. 이는 1400만 개인투자자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사회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소송 제기를 하면 안 되고 오너와 지배주주에 의한 수많은 재산 피해는 계속 방치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회사에 투자한 동업자인 주주와 상생 및 공생을 거부하면 상장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계의 소송 남발 포비아(불안·공포증)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지만 떳떳하다면 소송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전무도 "상법 개정은 이사회에 참가하는 이사가 대주주의 이해와 나머지 주주들의 이해가 갈라지는 중대 안건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주주의 이해를 충분히 고려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라는 취지다. 이 정도의 고민거리도 잘 처리하지 못해 기업 활동까지 못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소수 주주가 존재하는 주식시장에 아예 상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키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들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함께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 이사회에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와 ‘보호의무’를 동시에 부과한다. 기존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는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로 돼 있다. 이를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로 변경이다. 이사가 충실의무를 지는 대상에 ‘주주’를 추가했다.

또 총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집중투표제(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 시행을 의무화하고, 주총에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는 감사위원 숫자를 늘리는 방안 등도 추진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식 무리한 상법 개정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아니라 코리아와 코리아의 기업들을 부러뜨리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주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도 포함되는 만큼 상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탈취 싸움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권한을 확대하기보다 투기자본이나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간섭, 경쟁사 기술유출 등이 우려된다.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다"며 "다른 나라는 이사가 회사에 충실하는 원칙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주주충실의 의무가 없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 경쟁력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와 삼성, SK, 현대차, LG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도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것으로 지적된 상법 개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만히 있어도 녹는 국장에 서학개미만 好好..대책 필요
코스피는 2024년 7월 11일 장중 기준 2896.43을 기록한 후 같은 해 8월 5일 2386.96을 기록한 후 반등에도 2400선을 기록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코스피200 12개월 선행(12MF) 주가수익비율(PER)은 57% 저평가됐다. 코스피 200의 12MF PER은 8배로 역사상 최저점에 근접했다.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2002~2004년 이후 가장 저평가됐다. 신흥시장의 12MF PER이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37% 저평가된 것이 영향을 줬지만, 한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한국시장의 낮은 밸류에이션(가치)은 수급악화에서 비롯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정체되면서 해외시장으로 자금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고, 이러한 자금이탈이 한국시장의 저평가를 합리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2024년 삼성그룹, SK그룹이 밸류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밸류업을 위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중요하지만 개인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도 중요하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들이 환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금투세 폐지는 주식시장 수요에 긍정적이나 밸류업 과정에서 장기투자자금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동시에 진행되면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2024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전분기말 대비 1183억 달러 늘어난 2조5135억 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4분기 연속 증가다. 이 중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증권투자)는 646억 달러 늘어난 9969억달러다. 최대 기록 경신이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를 의미하는 증권투자 계정은 267억 달러 줄어든 9575억 달러로 처음으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9969억 달러)에 역전됐다.

한국을 탈출 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실제로 돈을 많이 벌고 있는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2일 기준 이 증권사의 고객들이 보유한 엔비디아는 수익률 166%로 고객 평가이익 약 3조30000억원을 기록했다. 테슬라는 수익률 70%로 약 2조5000억원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42%, 애플 60%, 브로드컴 1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서학개미 열풍에 올해 3분기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1조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지부진한 코스피 탈출에 나선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서학개미의 해외증권투자에 역전됐다"며 "한국 시장 자체가 망가지고 있는 만큼 상법 개정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시장을 지킬 필요가 있다. 가계의 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 자산인 현재 한국 경제는 위기가 와서 원화 가치 폭락이 지속될 때 어려움에 쉽게 노출된다.
미국 가계처럼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정치, 정부, 업계에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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