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을 두고 한일 정부가 서로 유감을 표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일변도 대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사도광산 갈등을 지렛대 삼아 한일관계 주도권을 쥐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일본에 오냐오냐한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다.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처럼 납득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국익은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협력을 견지해야 한다”면서 과거사 갈등을 한일관계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건 일본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강하게 대응해야 상대의 로키(low-key) 태도와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현재 국제정세에서 한일관계 발전의 전략적 효용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갈등을 빚었다는 이유로 쉽사리 협력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핵심관계자는 “한일관계 발전은 양국만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해 국제정세에서 전략적인 의미가 커서 흐름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사도광산 문제 같은 개별 사안에서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걸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이와 관련한 본지 질의에 “한일, 한미일 협력 사안들은 계속 이어간다”며 개별적인 갈등에도 한미일은 서로가 필요한 처지라는 점을 부각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한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미 의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한일관계 개선으로 가능해진 한미일 협력이 중국과 경쟁하는 데에 아주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며 “때문에 한일관계는 비단 한일 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체적인 국제정세에서의 이익에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에 여러 차례 비판을 제기하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 대표 참석자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보내고, 추도사가 아닌 ‘내빈 인사’ 형식을 빌려 강제징용 사실 인정도 사죄도 담지 않았다.
그러자 외교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은 24일 추도식에 불참하고 25일에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자체 추도식을 엄수했다. 거기에 외교부 차원에서 두 차례 비판 입장을 냈고, 25일에는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해 유감을 표명했으며, 26일에는 강인선 외교부 2차관이 직접 나서 일본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전날 한일 외교장관 약식회담을 통해 이번 논란과 양국 협력 사안은 분리키로 합의했다. 사도광산 문제를 두고 계속 다투되 양국 협력은 이어가기로 한 것인데, 그만큼 양측 모두 상호 협력이 필수적인 처지임을 보여준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모두 협력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어서 사도광산 갈등 때문에 양국관계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도, 양국협력 흐름을 깨고 싶지 않은 것도 일본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이 한일관계에 더 경각심을 갖고 한국을 더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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