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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맨’ 트럼프 “브릭스, 달러 대체 통화 만들면 100% 관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01 05:59

수정 2024.12.01 07:08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브릭스에 100% 관세를 위협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1월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브릭스가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교역하려 할 경우 100% 관세는 물론이고 더 이상 미국에 물건을 팔 생각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브릭스에 100% 관세를 위협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1월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브릭스가 달러 대신 다른 통화로 교역하려 할 경우 100% 관세는 물론이고 더 이상 미국에 물건을 팔 생각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달러를 대신할 새로운 자체 통화를 추진하는 브릭스 9개국에 100% 관세라는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이 세를 불리면서 브릭스 국가 간 교역에 미국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트럼프의 경고가 나왔다.

탈달러화 추진하면 100% 관세

트럼프는 11월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브릭스 각국이 달러에서 멀어지려 하는 시도에 대해 미국이 그저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것은 끝났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달러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시도를 원천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들 나라가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또는 강건한 미국 달러를 대체할 그 어떤 다른 통화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100% 관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는 이어 브릭스 국가들이 달러 대체 통화를 추진하면 “경이로운 미 경제에 물건을 파는 것에는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4개국 체제였던 브릭스는 곧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5개국 체제로 확대됐고 지금은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추가돼 9개국으로 세를 불렸다.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 말레이시아는 가입을 신청했고, 아르헨티나도 브릭스 편입을 검토하고 있다.

탈달러화 움직임

그 와중에 이들은 달러를 대신할 공동 통화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미국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달러가 브릭스 간에 기축통화 역할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결국 지난해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 공동 통화 제안이 나왔다.

10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달러 ‘무기화’를 의심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 타타르 공화국 수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이 통화(달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그 영향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만병통치약 관세

스스로를 ‘관세맨’이라고 칭하고 ‘관세’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중국에는 10% 관세 인상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들이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과 펜타닐 같은 약물 불법 유입을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트럼프의 1기 집권 시절을 보면 그가 실제로 관세를 물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당초 경고했던 것보다는 관세율이 낮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이를 협상 수단으로 삼을 경우 그 효과는 크다. 더군다나 1기 집권 시절 협상 수단으로만 삼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이를 실행에 옮겼던 터라 마치 만병통치약 같은 효과를 낸다.

멕시코는 트럼프 경고 뒤 보복을 다짐했다가 하루 만에 국경 통제 강화를 약속했고, 캐나다도 경고 나흘 뒤인 30일 트럼프에게 마약류 단속 협력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만났다면서 회동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뤼도 총리가 마약류 단속 협력을 약속했다면서 캐나다와 무역적자 문제에 대한 협력 약속도 받아냈다고 밝혔다.

달러 위상 약화

달러는 시간이 갈수록 위상이 약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여전히 달러는 전세계 외환보유액의 약 58%를 차지한다. 또 석유부터 금, 구리, 우라늄, 철광석 등에 이르기까지 주요 원자재 가격이 달러로 매겨지고, 달러를 서로 주고받으며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

트럼프가 브릭스를 겨냥하고 나선 것은 브릭스가 달러에서 등을 돌릴 경우 달러 영향력 약화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될 것이란 위기감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전세계 GDP의 약 40%를 차지했다. 창설멤버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5개국만으로 이룬 성과다.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브릭스가 위협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브릭스 원년 멤버 5개국은 2013년 이후 전세계 GDP 성장의 절반 수준인 53.1%를 차지했다.
이들 5개국 인구는 지난해 기준 35억명으로 올해 전세계 인구 추정치 82억명의 약 42%에 이른다.

한편 전문가들은 브릭스 외에도 트럼프가 관세를 고집하면 미 수출이 위축되고 그렇게 되면 달러 쓰임새가 많지 않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감세가 부를 막대한 재정적자 역시 달러 위상 약화를 재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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