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입소자·요양보호사로부터 8차례 학대
법원 "입소자 이동에 따른 불이익 커"
법원 "입소자 이동에 따른 불이익 커"
[파이낸셜뉴스] 요양원에서 노인학대 사건으로 입소 노인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요양기관 지정을 취소한 처분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A종합복지원이 서울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요양원의 손을 들어줬다.
A복지원은 파주에서 노인요양원을 운영했는데, 지난해 2월 입소자 B씨가 입소 3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1월 요양원에 입소한 B씨는 다른 입소자들과 요양보호사 C씨로부터 총 8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 이후 B씨는 혈압 상승 등 이상반응을 보여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급성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폭행치사 및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요양보호사 C씨와 원장, 간호과장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은평구청 등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 후, B씨에 대한 신체적 학대와 방임 학대를 인정했다. 구청은 이같은 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지난해 8월 A복지원에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지정이 취소되면 요양원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A복지원 측은 "입소자의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며 "처분으로 인해 입소 노인들이 모두 전원하게 되면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요양원장이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복지원이 정기적으로 학대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양원 측이 B씨가 8차례 학대를 당한 동안 2차례만 인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지정 취소 처분은 과도하다고 봤다. A복지원이 학대 상황을 일부 인지하고 병원 진료를 받게 하는 등 조치를 취한 점과, 학대를 저지른 요양보호사 C씨가 이미 사직한 점 등을 고려했다.
또 A복지원의 운영 중단으로 초래될 불이익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요양원 입소 정원이 112명, 현재 입소자 수가 약 8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정 취소 시 입소자들이 거처를 옮기며 상당한 불이익이 예상된다"며 "지정 취소 처분 철회 명령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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