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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 대선 이후 전체 신용융자잔고 감소에도 트럼프 수혜주에 대한 빚투(빚내서 투자)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 트레이드 되돌림 현상으로 주가 변동성은 확대된 모습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지난달 6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는 17조8405억원에서 16조5877억원으로 약 1조2600억원 줄었다.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증시 약세로 개별종목 주가상승 기대감도 꺽이면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대선 직전(11월5일) 2576.88이었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관세 리스크·정책 불확실성 여파에 2410선까지 하락한 뒤 이날 2500선에서 마감하면서 한 달 새 변동 폭이 컸다.
트럼프 리스크에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동안 일부 빚투 개미들은 오히려 '트럼프 바람'에 올라탄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콤 체크(CHECK)에 따르면 미국 대선 이후 지난달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잔고가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종목은 한화오션이다. 약 한 달 만에 556억4500만원이 급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 산업 분야의 한·미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국내 조선주가 트럼프 정권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자, 한화오션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 주가는 지난달 6일 2만7000원선에서 트럼프 당선 직후 3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3만4500원이다. 주가가 등락하는 중에도 한화오션 신용잔고는 같은 기간 331억원에서 885억원까지 치솟았다.
조선주를 비롯해 대표적 트럼프 수혜주로 분류되는 전력, 방산주에도 빚투 자금이 몰렸다. 미국 대선 이후 HD현대일렉트릭 신용잔고가 196억원 급증한 데 이어, 국내 대표 방산주인 한화시스템(135억원)과 LIG넥스원(70억원)의 신용잔고도 늘면서 순위권에 들었다.
코스닥 빚투 시장에서도 트럼프 바람은 마찬가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SNS에 "인공지능(AI)는 곧 의사를 크게 능가할 것"이라며 의료AI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면서 국내 의료AI 관련주인 루닛 주가는 미국 대선 직후 대비 54% 급등했다. 이에 신용잔고도 같은 기간 232억원 늘었다. 코스닥 종목 중 신용잔고 증가 규모 1위다.
대표적 가상자산 관련주인 우리기술투자에도 같은 기간 빚투 자금이 111억원 증가했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트럼프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9만9800달러선까지 치솟으면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우리기술투자에도 투자심리가 몰렸다.
다만 트럼프 수혜주가 기대감에 급등한 뒤 주가 거품이 빠지는 되돌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관련주에 지나친 베팅은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관세, 인플레이션 등 특정 재료에만 주목했던 트럼프 트레이드의 지속성은 약해질 수 있다"며 "트레이드 과정에서 취약한 흐름을 보였던 자산군의 가격 복원력이 생성될 것이라는 전제로 대응 전략을 수립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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