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 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한 밤 계엄령 선포와 채 6시간도 안 돼 이를 해제하는 한편의 드라마를 자세히 전하면서 윤 대통령의 입지가 더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계엄령을 선포했던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 뒤 침묵하다 결국 이를 수용했다면서 계엄 선포로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계엄이 겨우 6시간에 그쳤지만 ‘넘치는 에너지’로 가득한 한국 민주주의에서 이는 광범위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박빙의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간신히 누르고 승리한 윤 대통령이 이후 잦은 실책과 스캔들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했다며 이로 인해 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윤 대통령이 불과 몇 시간도 안 돼 계엄을 철회했다면서 서울에서는 시위대 수천명이 거리에 뛰쳐나와 대통령 사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소중한 동맹 가운데 하나(한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의 술책은 밤사이 역효과를 낳아 서울에서 해가 뜰 무렵에는 결국 한 발 물러섰다”고 지적했다.
NYT는 특히 야당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당시 행보를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NYT는 또 이번 계엄으로 인해 미국의 한국과 동맹이 수십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외교정책 근간인 ‘민주주의 대 독재’라는 틀로 볼 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민주주의보다는 독재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은 특히 이번 비상계엄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비상계엄 선포 뒤 짧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한국의 상황 전개에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AP와 배런스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에 대해 그저 ‘정치적 환경을 재설정’하려던 시도였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P와 배런스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정보담당관을 지낸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 책임자 시드니 사일러는 “윤 대통령이 단순히 정치 지형을 재설정하려 (비상계엄을) 시도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는 “그가 평생 독재자가 되기 위해 또는 친위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지키려 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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