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매장이 어려워지면 자영업자들은 직원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거나 음식 중량, 서비스를 빼서 식재료 원가를 낮춘다. 당장 빠르고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직원을 줄인 만큼 사장이 더 일해야 하고 서비스 품질이 하락한다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경기가 부진할 수록 진퇴양난에 빠지는 자영업자 사이에서 '덜어냄의 미학'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6일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따르면 닉네임 '내맘대로'를 사용하는 한 자영업자는 "불경기에는 버릴 건 버려야 한다"며 "경기가 안 좋으면 본능적으로 메뉴를 늘리려고 하지만, 반대로 순익을 갉아먹는 요인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도 원가 절감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 역시 장기 불황의 칼바람을 피할 재주는 없었다"며 "지난 3월부터 시작해 고기집 성수기인 근래까지 순익이 하락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 메뉴별 손익 분석을 한 결과 꽃갈비와 육회가 순익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네이버 카페에 따르면 꽃갈비 한접시는 돼지고기 6~7인분과 맞먹는 객단가를 가지고 있어 매출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순익은 돼지고기 3인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워낙 고가의 최고 등급 소고기라 퀄리티와 판매가가 높아 판매량이 많지 않다. 더군다나 손질한 소고기는 당일 판매하지 않으면 변색돼 상품성이 떨어지고 주문 즉시 손질하는 육부장의 인건비는 워낙 비싸 구인도 쉽지 않아 영업 전에 어느정도 손질해 썰어놔야 한다.
이에 그는 "갑자기 손님이 몰리면 정신없이 추가로 손질해 썰어야 하고 손님이 없으면 고가의 꽃갈비를 반값도 안 되는 양념 소갈비살이나 심지어는 서비스로 나가는 된장찌개 소고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한우 육회도 마찬가지"라며 "제값을 받지 못한 로스율이 크지도 않은 매장에서 월 1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형식적인 구색보다 순익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과감히 꽃갈비와 한우육회를 메뉴에서 뺐다"며 "가끔 꽃갈비와 육회를 찾는 손님이 있을 때면 불안했지만 몇 달만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마음을 잡았다"고 했다.
그 결과 실제 결산을 해보니 객단가가 높아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꽃갈비의 누락으로 매출은 꺾였지만 처음 분석한 대로 월 1000만원 정도 순익이 증가했다. 그는 "꽃갈비와 육회를 손질하던 노동강도도 줄고 세금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원가를 절약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불황이 계속되는 시기에는 품질이나 서비스를 건들지 않으면서 버릴 건 버리고 수익을 발생시키는 핵심만 가지고 가볍게 가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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