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코노미 ②반려동물 보유세 찬반논란>
반려동물 증가로 '보유세' 도입 다시 화두
정책비용·양육책임 강화 vs 실효성 의문
기존 등록제, 갱신형으로 바꾸는 것도 대안
"어쨌든 보유세 논의 시작해야 할 때" 공감
반려동물 증가로 '보유세' 도입 다시 화두
정책비용·양육책임 강화 vs 실효성 의문
기존 등록제, 갱신형으로 바꾸는 것도 대안
"어쨌든 보유세 논의 시작해야 할 때" 공감
[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펫코노미(petconomy)’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토끼, 앵무새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반려동물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552만 가구, 약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 중입니다. 이런저런 ‘-코노미’ 이야기를 다룰 ‘왓코노미’가 첫 번째 주제로 ‘펫코노미’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반려동물 증가→시장 규모 확대와 사회적 비용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닙니다. ‘펫팸(Pet+Family)’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제는 어엿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인식 변화는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및 시장 규모의 급속한 확대로 이어지고 있죠.
동시에 반려동물 증가로 인한 공공서비스 부담, 유기 문제, 환경미화 등 사회적 비용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 보유세’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제 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펼쳐지기도 했죠.
반려동물 보유세가 대체 뭔가요?
반려동물 보유세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목적은 동물 복지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과 과세를 통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책임 및 의무 강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해 정책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위한 별도 재원 마련 차원에서 보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앞으로도 반려동물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려동물 관련 정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인데요.
반려동물과 관련한 대표적인 정책 비용 중 하나가 바로 유실·유기동물 관련 비용일 겁니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는 “최근 반려동물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유기동물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동물보호센터의 유기동물 관리에 필요한 시설 확보 및 운영에 필요한 재정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라고 명시한 만큼, 세금을 통해 관련 정책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찬반 논란 벌어지는 이유는?
이렇게 필요성만 놓고 보면 지금 당장 도입해도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결국 실효성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가계 경제에 미칠 영향과 세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 문제도 빼놓을 수 없고요.
# 이래서 찬성합니다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반려동물 증가로 발생하는 정책 비용을 실제 수혜자인 반려동물 인구에게 과세함으로써 세수를 확보하고 사회적 비용까지 분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더 많은 복지와 정책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죠.
또한 반려동물 입양 및 양육에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해져 장기적 관점에서 유기동물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반려견을 대상으로 ‘반려견세(Hundesteuer)’를 부과하는 독일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견종과 마리 수 등에 따라 반려견세를 매기는데, 이렇게 거둔 세금은 지방세로 도로 청소비용이나 반려견 보호소 등의 운영비용, 안락사 비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이래서 반대합니다
하지만 반대 측은 모든 제도가 이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반려동물 양육자의 유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해도 보유세 도입 과세를 위해 또다른 행정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또한 이미 반려동물 양육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게 되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껴 오히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또한 세금의 사용처와 관리 시스템에 대한 투명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보유세' 명칭부터 바꾸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반려동물 ‘보유세’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자나 비양육자 모두에게 '보유세'라는 이름이 주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인데요.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소장은 본지를 통해 “세수 확보 목적보다는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들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보유세가 아닌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을 주장해왔다”라고 설명합니다. 현재의 반려동물 등록제는 일회성인데다가 허술한 제도로 인해 실제 등록 비율이 저조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등록제를 갱신형으로 바꾸고, 갱신 시 등록비를 내게 해 이를 반려동물 관련 세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겁니다.
이 소장은 “어웨어의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일정 비용을 내고 갱신하는 것이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1.1%로 조사됐다”라며 “해당 항목에서 양육자(74.2%)와 비양육자(65.5%) 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제도 도입을 검토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찬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건 ‘논의’ 그 자체입니다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해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보유세 검토 계획은 있지만 논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본다”라며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했죠.
사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여부 그 자체보다, 도입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논의를 시작하는 일일 겁니다. 이 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보유세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은 “제도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방법적으로 가능·불가능 여부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조사나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당연히 찬반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반대 의견만 보고 논의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 건 현재 반려동물 숫자나 인식을 봤을 때 맞지 않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2020년부터 꾸준히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찬반 논란만 반복한 뒤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지곤 했죠. 그러나 향후 더 늘어날 반려동물 인구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생각하면 이제는 보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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