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위법에 대해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 말 하지 않는 것도 중립성을 포기한 것"
배 청장은 6일 오전 9시 41분께 경찰 내부망 온라인 게시판에 '초유의 비상계엄상태…우리 경찰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배 청장은 비상계엄이 발령됐던 지난 3일을 떠올리며 처음 든 생각과 느낌은 '깜놀'과 '황당'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자유주의자와 법치론자라고 밝힌 배 청장은 "관료 탄핵과 예산 삭감은 권력분립을 위해 헌법 내재적으로 예정하고 있는 수단들이고, 설령 탄핵과 예산삭감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군대를 동원한 무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는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배 청장은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는 위헌·위법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이상한 비상계엄에 경찰이 involve(연루)됨으로써 '경찰이 무언가 국가 비상 상황을 획책했다는 의심'을 들게 한 상황이 기분 나쁘다"며 "내가 가진 지식과 상식으로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하거나 최소한 포고령은 헌법 위반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판결이 없다고 이러한 위법 상태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배 청장은 "위헌·위법에 대해 중립성을 이유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오히려 중립성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청장은 "위헌·위법에 대해 위헌·위법이라고 말하는 것이 법치주의적 관점에서도, 경찰의 중립성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청장의 글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만회가 넘는 조회수와 150여개가 넘는 현직 경찰들의 공감과 응원 댓글이 달렸다. 경북 의성 출신인 배 청장은 2002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시 특채(경정)로 2005년 경찰로 입문한 경찰 내 법률 전문가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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