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2021년 질병으로 분류
“시간·목표 정해놓고 즐겨야"
“시간·목표 정해놓고 즐겨야"
[파이낸셜뉴스] # 중학생 A군은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부르면 짜증스럽다. 게임에서 지고 있을 땐 액정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화가 치민다. 공부가 싫어진 건 이미 오래됐다. 등하굣길 통학버스에서도, 수업 중에도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고 가슴이 벌렁거린다. 집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방에 틀어박혀 PC로 게임에 빠진다. A군을 유심히 살피던 학교 측의 상담결과,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학부모에게 전문의 치료를 권했다.
부산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은 “게임 중독은 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가 과도하게 강해져서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 학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한다”고 말한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 불안하거나 초조함을 느끼고, 이용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학교나 직장에 지각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초래되면 게임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개임중독은 또 △게임을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돈을 훔치는 등의 행동을 한다 △게임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나빠진다 △게임으로 인해 시력저하, 수면부족 등 신체적 건강이 나빠진다 △금단증상 △게임에 대한 욕구를 제어하기 어렵다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결국 삶의 목표까지 상실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년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할 지 여부를 2031년부터 시행될 10차 KCD개정과정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아직 게임이용장애 환자를 가늠할 수 있는 공식 통계자료는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게임 활용 시간에 대한 설문자료를 통해 게임중독 상황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리 국민의74.4%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6∼11세가 1시간 54분 △12∼18세 2시간 36분 △19∼29세 2시간 6분 △30대 1시간 57분 △40대 1시간 33분 △50대 1시간 12분 등으로 집계돼, 게임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에 걸쳐 즐기는 놀이 문화로 정착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임중독 치료로는 우선 인지행동치료(CBT)를 꼽을 수 있다. 환자가 게임을 하는 패턴과 그 결과를 인식하도록 돕고, 건강한 대처 전략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심리치료의 한 형태인 CBT는 환자의 생각과 감정, 행동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변화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중독이 심해 신체증상으로 나타날 경우 충동과 강박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을 처방하게 된다. 이런 약물은 과도하게 흥분을 일으키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게임중독도 다른 중독치료처럼 가족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하다. 환자의 가족 구성원들이 치료 과정에 참여해 환자를 지지하고, 게임 이용 장애의 영향을 이해하며, 건강한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정기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촉진하는 것도 게임 이용 장애의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취미 활동을 찾는 등 새로운 관심사를 통해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고 또 다른 삶의 만족감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온종합병원 이 과장은 “게임 이용 장애는 만성적이고 복잡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제때 개인별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시간을 갖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또 △게임이용 시간제한 △설정한 목표 달성 시 즉시 게임 종료 △가족이나 친구간 소통 확대 △인터넷 사용 습관 점검 및 인터넷 중독 예방 프로그램 이용 등도 게임중독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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