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타냐후 기자회견 "중동 모습 바꾸겠다"
시리아 역시 가자지구 및 레바논과 마찬가지로 이란 전초기지라고 비난
시리아 정부 전복 직후 골란고원에 지상군 투입, 시리아 100개 표적 맹폭
유엔 및 아랍 주변국 일제 반발, 美는 이스라엘 존중한다고 밝혀
네타냐후, 골란 영유권 인정한 트럼프 언급 "영원히 이스라엘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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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골란 영유권 인정한 트럼프 언급 "영원히 이스라엘 영토"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 이어 시리아에 본격적인 군사 행동을 감행하면서 유엔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시리아 역시 이란의 첨병이라며 중동 질서를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중동의 모습을 바꾸겠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네탸나후는 9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이란의 악의 축을 이루는 중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적들을 "단계적으로" 무찌르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알 아사드가 "수십만명의 자국민을 학살했다"며 이란이 알 아사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는 바샤르 알 아사드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이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을 일으켜 이스라엘을 공격한 과거를 지적하며 알 아사드 가문의 시리아가 "이란이 저지르는 테러의 전초기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 무기를 건네는 통로라고 말했다.
시리아에서는 1970년 쿠데타로 하페즈 알 아사드가 대통령에 올라 30년 동안 집권했으며, 그가 2000년 사망한 이후 아들인 바샤르 알 아사드가 대권을 물려받았다. 2011년 알 아사드 가문의 독재에 반발하며 시작된 민주화 시위는 내전으로 확대되었다. 중동에서 드물게 이슬람 시아파 성향이었던 알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받았고, 러시아 역시 정부군을 도와 내전에 개입했다. 그러나 반군은 이란과 러시아가 각각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에 휩싸인 가운데 반격에 나서 지난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 같은날 이날 바샤르 알 아사드는 가족과 함께 러시아로 망명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친(親)이란 성향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상대로 싸웠던 이스라엘군은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8일에 골란고원의 비무장 지대를 돌파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군 점령지였던 헤르몬산을 점거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9일 대통령의 부재를 틈타 무기고 및 화학공장 등 시리아 정부군 표적 약 100곳에 맹렬한 폭격을 가했다. 네타냐후는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지중해까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통하는 테러 통로를 마련했다"면서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과 하마스를 언급했다. 그는 "악의 축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약속한 대로 우리는 중동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우리와 협력하는 자는 누구든 큰 이익을 거둘 것이며, 우리를 공격하는 자는 누구든 크게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등 중동 주변국 반발...새 분쟁 불씨 될까?
약 1000㎢ 면적의 골란고원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이 국경을 접한 요충지다. 해당 지역은 1946년 시리아 독립 당시 시리아 영토였으나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대부분 빼앗았다. 양측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에도 골란고원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이스라엘은 현재 골란고원의 약 80%를 실효지배하고 있으며 1974년 휴전 협정을 통해 나머지 지역은 유엔평화유지군이 관리하는 비무장지대와 시리아 점령지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스라엘은 1981년에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정식 편입했으나 시리아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재임 당시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영유권을 인정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50년 만에 휴전 협정을 깨고 시리아 영토를 차지하자 즉각 반발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9일 발표에서 현재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 비무장지대에 진입해 최소한 세 곳에 머물고 있다며 "분리 지역에는 어떠한 군사력이나 활동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유엔군이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휴전협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고 경고했다.
수도를 점령한 시리아 반군은 아직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다. 이란의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점령에 대해 "시리아인들이 체제전복에 따른 변화에 대처하는 순간에 이뤄진 시리아 영토에 대한 시온주의 체제(이스라엘)의 군사적 침공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과 원수지간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계속된 국제법 위반이자 시리아가 안보, 안전, 영토의 완전성을 복원할 기회를 파괴하려는 결단"이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이스라엘이 권력 공백을 악용해 더 많은 시리아 영토를 점령하고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으며 카타르 외무부도 이스라엘의 "위험한 행동"을 비판하며 영토 반환을 촉구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9일 발표에서 이번 점령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로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의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이스라엘의 조치가 영구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한다며 1974년 협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네타냐후는 연설에서 "골란고원 점령은 우리의 안보와 주권을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1월에 2기 정부를 출범하는 트럼프가 과거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했다며 "골란고원은 영원히 이스라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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