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지호 구속영장 신청…경찰, 수사 주도권 속도 낸다

강명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2 16:49

수정 2024.12.12 16:49

수사망 좁혀오는 검찰, 한발 앞서 신병확보
조지호 허위증언, 중대범행에 부담 가중
검찰과 수사협조도 삐걱…공조본으로 보완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10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10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열린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을 미리 만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조 청장으로 수사망을 좁힐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뇌부 수사에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경찰의 의지로 보인다. 경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공조체계를 구축하며 혼선을 일부 정리했지만, 조지호 경찰청장의 허위 증언이 다시 수사의 발목을 잡을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호 청장 계엄 전 대통령 만나, 국회 발언과 배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2일 오후 조지호 청장과 김봉식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신청했다. 지난 11일 새벽 이들을 체포한 지 36시간여 만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를 체포하고 48시간 전에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찰이 수뇌부를 긴급체포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유례가 없는 초유의 일이다. 사형 선고까지 가능한 내란에 가담했다는 혐의의 중대성과 함께 증거 인멸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청장은 계엄 직전 상황과 관련해 국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 청장은 지난 10일 특수단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3시간 전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으로 불러 국회 등을 장악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계엄 작전 등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등에서 줄곧 "대기하라는 연락을 받았을 뿐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국회 통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지시했다가 김봉식 청장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회의원 등 출입을 허용했다고 했다. 여기서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언급은 없었다.

비상계엄을 몰랐다는 국회 증언과 달리 조 청장이 비상계엄 계획을 사전에 알고 실행을 도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수단은 영장을 신청하면서 "조사 결과 국회에서의 발언과 달리 계엄 발령 수시간 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을 만나 관련 내용을 들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구속영장 신청에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시했다.

■ 경찰 수뇌부 수사, 검찰로 넘어가면 동력 상실
경찰 특수단의 이번 구속영장은 수사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는 경찰만 수사할 수 있게 됐지만 검찰 특수본은 직권남용을 수사하면서 추가 혐의를 확인해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경찰 공무원과 직접 관련된 범죄'라는 이유를 들어 검찰 수사 범위라고 판단하며 김용현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도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조 청장을 내란 공범으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문에 특수단은 조 청장 등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신병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셀프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조 청장 등 경찰 수뇌부 수사가 검찰로 넘어가면 특수단 수사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서두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영장청구권 등이 없는 경찰은 검찰과 비교해 수사상 불리한 위치에 있다. 이번 계엄 수사를 두고 경찰 안팎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특수본이 지난 9일 국군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한 이후 특수단이 지난 7일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수단이 김용현 전 장관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직전 김 전 장관이 검찰에 출석한 것을 두고도 검찰이 먼저 김 전 장관 신병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의 영장 신청을 받은 검찰은 강제수사 계획을 미리 알수 있다. 특수단은 개별 사례를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관련 기관들에 강제수사에 대신 자료 임의제출 협조를 당부했다. 압수수색에 앞서 최대한 임의제출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특수단은 수사 혼선을 막기 위해 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와 공조하기로 했다. 이들이 참여하는 공조본은 검찰을 거치지 않고 공수처의 영장 청구권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구성 제안을 거절하고 자체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경찰 조직의 수장의 허위 진술 등이 드러난 만큼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청은 조 청장이 체포된 이후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수단을 중심으로 한치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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