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혼란이 이어지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야당이 한창 논의를 벌이던 이른바 '알뜰폰 점유율 제한법'이 뒷전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알뜰폰 점유율 제한법은 이동통신사 자회사, 금융사, 대기업 등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통사 자회사를 비롯해 금융사까지 점유율 제한 대상에 포함할지, 사물인터넷(IoT)을 제외한 휴대폰 회선 비중을 50~60%로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정부가 다시 알뜰폰 사업자 대신 이통사와 도매대가를 협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데, 도매대가를 떠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규제다. 이통사 자회사들의 IoT 제외 시장 점유율은 48~49% 수준인데, 50%를 채우게 되면 당장 신규 가입자 유치를 못하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가입자를 끌어모으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혜택을 주거나 서비스, 보안 등에 더 투자할 필요도 없게 된다.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도입된 알뜰폰은 초창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논리하에 기업 규모를 따지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누가 더 혜택을 주는가로 판단했는데, 알뜰폰 업체가 80여개에 이르자 이제 덩치가 큰 고양이는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점유율을 제한하더라도 그 대상을 이통사 자회사로만 한정짓고 금융사는 제외하는 것도 이상하다. 금융권 알뜰폰도 이통사 자회사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메기' 역할을 기대하며 금융권 계열 알뜰폰 업체들이 생겼지만, 사실 기존 업체들과 다른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한정된 시장에서 경쟁만 가열됐다. 물론 365일 고객센터 운영 등의 장점도 있지만 이는 이통사 자회사들도 어느 정도 해왔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통사 자회사 등의 점유율을 제한한다고 해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일부 중소업체들은 정부의 도매대가 협상에 의존하면서 종종 원가 이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로 소비자를 끌어모았다. 알뜰폰은 보통 위약금이 없어 싼 요금제를 찾아 옮겨 다니는 메뚜기족이 상당수인 점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중소 알뜰폰 업체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고객센터 연결도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이통사 자회사를 찾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는 무시한 채 정부가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투자 축소 등의 역효과만 낳을 수 있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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