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우리 외교가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리스크’라 불릴 만큼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데 정상외교가 막힌 상황이라서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한국 대통령의 탄핵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때 겪은 바 있는 데다,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 측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1기-박근혜 탄핵' 겪어본 외교부, 신속대응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조태열 외교장관은 전날 윤 대통령 직무정지와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 전환이 이뤄지자마자 주한미국대사관으로 향했다.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이 탄핵정국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중국 등 주요국들 주한대사관도 외교당국 각급에서 접촉하고 재외공관들에도 주재국과의 협력 유지 지시가 떨어졌지만, 그런 와중에 외교수장이 직접 주한미대사관을 찾은 건 트럼프 신행정부 대응을 염두에 둬서다.
한 권한대행이 공식업무에 돌입한 둘째 날인 이날부터 신속하게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바이든 정부와의 협력 이행을 마무리하고, 트럼프 정부와의 협력을 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서다.
조 장관은 같은 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권한대행과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언급하며 “정상외교 우려는 불식됐다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 모든 게 정상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교당국의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과거 경험이 있다.
트럼프 1기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뒀던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인한 혼란과 처음 겪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거기다 외교당국의 트럼프 측 네트워크는 심각할 정도로 미약했다. 그럼에도 당시 외교당국과 주미대사관은 신속하게 트럼프 정부와 적극 접촉했고, 황교안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도 적기에 이뤄졌다.
과거와 달리 트럼프 네트워크 충분
지금은 대통령 탄핵도, 권한대행 체제도, 트럼프 정부도 ‘구면’이다. 외교당국의 트럼프 측과의 네트워크도 일찌감치 구축해왔다. 적극적인 외교소통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써 충분히 트럼프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의 관측이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 방미하는 계획은 필요하다면 검토할 사안이다. 대면해서 논의하고 발신할 메시지도 있어서 미 측과 협의해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경제안보 관련 현안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미국발 불확실성 요인에도 실효적으로 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상외교 없이 외교수장 조기 방미를 비롯한 외교당국 차원의 대응책만으로 외교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아직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시기라는 분석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도 권력이양기라 당장 정상외교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현재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외교공백은 크지 않다는 것”이라며 “중요한 건 바이든 정부와의 약속 이행 마무리와 트럼프 2기 정부와의 커넥션인데, 이는 실무진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라고 짚었다.
설사 트럼프 당선인이 특유의 ‘탑다운’ 방식 외교로 조기에 정상 간 협의를 요구한다더라도, 한 권한대행이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는 게 외교당국의 입장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한 권한대행과의 만남은 정상외교 일정 논의의 큰 틀 속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의제”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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