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호주에서 한 부부가 어린 아들의 암 투병을 조작해 약 6만 호주달러(약 5000만 원)를 모금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16일 호주 뉴스닷컴,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44세 미셸 보드자르와 그의 남편 벤 스티븐 밀러는 "6살 난 아들이 1기 안구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며 크라우드 펀딩 페이지를 개설해 치료비 명목으로 기부를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약 6만 달러를 모금했다. 친구와 가족, 아들이 다니는 사립학교 학부모들까지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이가 암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발각돼 부부는 지난 15일 체포됐다. 이날 오후 부부는 포트 애들레이드 지방 법원에 출두해 유해 행위 및 기만 행위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7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부부는 아이가 암에 걸린 것처럼 꾸몄으며, 아들을 진짜 소아암 환자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미용사 동료에게 아들의 머리카락과 눈썹을 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아들의 다리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에 앉히기도 했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부모가 아이에게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더없이 악랄하고 잔인한 행위다"고 말했다.
부부가 모금을 위해 거짓으로 올린 아이의 1기 안구암(stage one eye cancer)은 안구에 생기는 암을 통칭한다. 다만 사건에서 언급된 아이의 나이를 고려할 때, 부부가 속인 암은 어린이에게 흔한 망막모세포종(Retinoblastoma)일 가능성이 높다.
망막모세포종은 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며, 한쪽 눈 또는 양쪽 눈에 생길 수 있다. 유전적 망막모세포종은 대개 가족력을 가지고 있고 부모 중 한 명이 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 자녀에게 암이 발생할 확률은 50%에 달한다.
망막모세포종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고양이 눈 증후(Leukocoria)'다. 아이가 사진을 찍을 때 플래시 조명 아래 동공이 흰색으로 반사되는 현상이다. 이 외에도 눈이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사시, 시력 저하, 눈의 염증 및 충혈, 동공 크기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망막모세포종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생존율이 95% 이상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은 암이다. 치료 후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시력 손실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증상이 보이면 즉시 전문적인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종양이 심각하거나 눈을 보존할 수 없는 경우, 안구 적출술(눈 제거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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