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총리, "중국 제기 도전에 우려한다"라고 야당 보수당 공격에 머리 숙여
[파이낸셜뉴스]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와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사업가와의 '끈끈한 관계'가 정계의 쟁점이 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앤드루 왕자의 ‘가까운 친구’로 묘사된 중국인 사업가 양텅보(50)는 데이비드 캐머런·테레사 메이 전 총리 등 영국 정계 핵심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왔다. 관계 및 재계 등에서도 폭넓은 인맥이 확인되면서, 추가적인 관계들이 더 터져 나올 수 있는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양텅보는 저명 사회지도자와 정치인들로 구성된 런던 기반의 ‘48 클럽’의 명예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영국 상류 사회에 깊숙하게 파고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클럽은 영국과 중국 간 무역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런던에서 조직됐다.
이런 가운데,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왔다. 그는 “양 씨는 영국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면서 정부에 ‘외국 영향력 등록 제도’의 조속한 시행을 압박했다. 이는 외국 로비스트들에게 그들의 활동 세부 사항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이다.
자비스 내무장관, ‘외국 영향력 등록제’ 내년 여름 시행 예정
영국 왕실과 총리를 비롯한 고위층에 대한 불법 로비 의혹 파장이 커지자, 댄 자비스 내무장관은 이언 전 대표가 주장해 온 ‘외국 영향력 등록 제도’를 내년 여름까지 시행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가 국가에 위협이 되는 간첩 활동을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언 전 대표는 이에 더해 영국 내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 활동 범위에 대한 규명도 요청했다. 양텅보가 중국 통일전선부 등을 위해 활동해 온 것으로 혐의를 받기 때문이다. 이언 전 대표는 노동당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에 대해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샹황이 악화되자 앤드루 왕자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왕실 가족 모임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일간 더타임스 등은 왕실 소식통들을 인용, 앤드루 왕자와 그의 전처인 세라 퍼거슨 요크 공작부인이 오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샌드링엄 영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앤드루 왕자는 다른 왕실 가족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왕실 가족들은 전통적으로 매년 크리스마스에 샌드링엄에 집결해 성탄을 축하해 왔으며, 이 모습은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 미디어를 장식해 왔다.
보수당, 노동당에 대한 공세 강화되자, 스타머 총리, "맞설 부분에서 맞서고 있다"라고 해명
상황이 중국에 친화적인 노동당에 대한 보수당 등의 공세로 번지자, 노르웨이를 방문 중인 키어 스타머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우려한다"라고 시인했다. 스파이 사건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노동당)의 접근 방식은 기후변화와 같이 협력해야 할 부분에서 협력하고, 맞서야 할 부분에서는 맞서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반비밀 국가안보법원은 지난 주 스파이 혐의로 양 씨의 입국을 금지하는 판결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양 씨가 자신의 입국을 금지하는 영국 법원 판결에 대해 특별이민항소위원회(SIAC)에 대한 항소가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양 씨가 중국이 서방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인 ‘엘리트 포섭 작전’에 연루되었다는 의심 때문에 입국 금지 조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앤드류 왕자측은 양 씨와의 접촉이 논란이 되자 중국 사업가와의 모든 접촉을 중단했고, 모든 회동은 공식 채널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민감한 성격의 내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15일 항소심에서 앤드루 왕자와 양 씨는 ‘비정상적인 수준의 신뢰’를 맺었다고 판결했다.
앞서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그가 중국공산당 당원으로 중앙통일전선공작부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영국 내무부는지난해 3월 15일 양 씨의 거주권 취소를 명령하고 그것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그를 영국에서 추방했다.
왕자 수석고문, 양 씨에게 “많은 사람들이 앉고 싶어하는 꼭대기에 앉아 있다”라고 칭송
이와 관련, 영국 당국은 앤드루 왕자의 수석 고문인 도미닉 햄프셔가 양 씨에게 왕자를 대신해 중국의 잠재적 투자자들과의 거래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햄프셔 고문은 양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왕자의 가장 가까운 내부 심복들을 제외하면 당신은 많은 사람들이 앉고 싶어하는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다”라고 밝혔다.
양 씨는 2020년 앤드루 왕자의 생일 파티에 초대됐고, 중국의 잠재적 투자자들을 상대할 때 왕자를 대신해 행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신의 지도에 따라 우리는 관계자들이 윈저의 (왕자) 집에 눈에 띄지 않게 출입시키는 방법을 찾았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 사건은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사업가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영국 입국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드러났다.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는 양씨는 1974년 중국 출생으로 크리스 양으로 불리며 2002년 처음 영국에 와서 1년 동안 런던에서 공부한 후 요크대에서 행정학과 공공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5년 컨설팅 회사인 ‘햄프턴 그룹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그가 영국에서 이사로 등재된 5개 회사 중 하나다.
중국 외교부, “반박 가치도 없다”라고 스파이 의혹 일축
한편, 중국 외교부는 지난 15일 “이런 종류의 부당한 과장된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가치 없다”라고 양씨에 대한 스파이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일부 개인들은 항상 중국을 표적으로 삼은 근거 없는 스파이 이야기를 조작하고 싶어 한다”라고 밝혔다.
양 씨도 자신이 간첩이라는 주장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영국 당국은 그가 앤드류 왕자와 "비정상적인 수준의 신뢰"를 형성하고 정치인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중국에 의해 "레버리지"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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