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에 66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및 대출 계약을 트럼프 2기 출범 전 매듭지으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가 불확실성을 덜게 됐다.
앞서 미국은 인텔(78억6600만달러)과 대만 TSMC(66억달러), 글로벌파운드리(15억달러) 등에 보조금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 10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대해 61억6500만 달러(약 9조원)의 보조금 지급을 최종 확정했다. 반면 K반도체의 보조금 지급은 '감감무소식'이었다.
■ "예상 웃도는 보조금...불확실성 덜었다"
19일(현지시간) 외신과 미국 상무부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가 SK하이닉스에 4억5800만달러(약 6640억원)의 직접 보조금과 정부대출 5억달러(약 7247억원)를 지원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미국 정부가 예비거래각서를 통해 밝힌 SK하이닉스의 보조금 규모는 4억5000만달러(약 6520억원) 가량이다. 최종 거래는 이를 약간 웃도는 금액에서 체결된 셈이다.
그간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찌감치 보조금 지급을 확정 지은 TSMC와 달리, 보조금 확정 소식이 늦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반도체법을 비롯한 바이든표 보조금 법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법 보조금 지급을 확정하면서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만 남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현재 세부사항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테일러와 오스틴에 총 450억달러(약 65조1690억원)의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64억달러(약 9조2684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SK하이닉스, HBM 전초기지로 빅테크 공략"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신규 건설 중이다.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미국 현지 공장에서 차세대 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을 미국 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기지로 점찍은 SK하이닉스는 총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첫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AI 분야 빅테크 고객들이 집중돼 있고, 첨단 후공정 기술 연구도 활발한 점을 고려, 다양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인디애나주를 최종 낙점했다. 주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는 물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해 "이번 투자를 통해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을 매듭지으면서 HBM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인 SK하이닉스의 미국 빅테크 수주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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