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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환율·FOMC'에 자금조달 시장 '냉랭',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2 14:45

수정 2024.12.22 14:45

[파이낸셜뉴스] 탄핵 가결이후 금융투자업계에선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기업 자금조달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원화 가치 하락, 매파적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 자본시장에 부정적 재료들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22일 채권평가사 키스자산평가(Kis넷)에 따르면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20일 기준 0.678%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18일 0.568%로 축소됐던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됐다. 또 이는 탄핵안 가결 직전 스프레드(0.673%)보다 더 확대된 수치다.


크레딧 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의미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1월 18일 기준 연 2.915%대 수준(키스채권평가)이었으나 이달 3일 연 2.612%까지 0.303%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채 3년물(AA-등급) 금리는 연 3.483%에서 연 3.290%로 0.193%p 하락했다. 채권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즉 국고채 가격의 상승폭(0.303%p) 대비 회사채 가격의 상승폭(0.193%p)은 작았다. 크레딧물보다 안전자산 격인 국고채 선호 심리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공화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레드스윕은 고관세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대중국 견제정책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내년 1%대 저성장 우려에 따른 경제 펀더멘탈 약화와 정치불안 등이 겹쳐며 원화가치가 짓눌리는 상황이다. 원·달러는 15년 만에 1450원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또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것도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통상 한국의 국고채는 미국의 국채 금리와 동조화를 이루는 만큼, 미국채 금리의 상승은 한국의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주 요인이다.

미 국채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이달 중 연 4.06%까지 떨어졌으나 21일(현지시간) 기준 연 연 4.3%대까지 올랐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횟수와 속도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진 결과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p 낮춘 연 4.25%~4.50%로 조정했으나 매파적 수치를 제공하며 시장의 경계감을 키웠다. 이날 성명서에는 "추가 인하의 시점과 규모를 고려하겠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는 향후 인하 속도를 점진적으로 늦추거나 내년 1월 FOMC에서 잠시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영향력에 대한 우려도 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준금리 효과보다 경기 둔화 영향력이 컸던 10년전 기준금리 인하기에 주목했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장은 "2012~2013년 기준금리 인하기에 증권, 신용카드, 캐피탈은 수익성이 오히려 저하됐다"면서 기준금리 인하보다 경기 둔화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정리가 진행 중이지만 연착륙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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